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지난 3월 한나라당을 탈당한 지 3개월만에 마침내 범여권행을 선택했다.
손 전 지사는 25일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이 의장이 제안한 '범여권 대선주자 연석회의'에 참여 의사를 밝히는 형태로 범여권 합류를 공식화했다.
그가 이처럼 범여권 합류를 결정한 데는 안팎의 여건이 어느 정도 성숙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내부적으로는 17일 자신의 지지세력인 '선진평화연대'를 출범시킴으로써 나름대로 독자세력화의 기반을 이뤘고 범여권 대선주자 지지도 1위를 유지, 탈당 '역풍'에서 벗어나는 데도 일정 부분 성공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외부적으로는 범여권 제 정파의 '세력 중심' 통합 논의가 대통합과 소통합으로 첨예하게 대립,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후보 중심'으로 통합 논의의 기조를 전환, 돌파구를 뚫어야 할 필요가 생겼다는 점도 손 전 지사의 합류 결단이 효과적으로 기능할 타이밍을 맞은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손 전 지사는 22일 지리산으로 떠나기 전 김 전 의장과 범여권 합류 문제를 상의했고 지리산 종주후 24일 서울역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는 "대의통천(大義通天 : 대의가 하늘을 뚫는다)이란 말이 있다. 이 시점에 내게 대의가 무엇인 지 생각했다"는 말로 결단을 앞둔 심경을 나타냈다.
그는 25일 서울 서대문 캠프 사무실에서 자신에 대한 공개지지를 선언한 열린우리당 탈당의원 7명과 만나 "범여권 통합을 위해 불쏘시개나 밀알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고 하나로 뭉쳐는데 어떤 역할이라도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범여권 통합에 대한 저의 생각을 놓고 국민과 언론의 관심이 많은 데 좀스럽게 이것 저것 따지지 않고 시빗거리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고 뚜벅뚜벅 힘차게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리산을 종주하면서 큰 뜻을 생각하고 하늘을 움직인다는 뜻에서 대의통천을 생각했다"며 "대의를 위해 거침이나 주저함없이, 눈치 보지 않고 옳은 길이라면 가자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통합논의가 기존의 여권을 적당히 얼기설기 재포장하면 국민이 감동하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의 '새 정치' 구상에 기반한 통합론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특보단으로 활동할 지지의원들을 향해 "희망과 비전을 주는 대통합이 돼야 하고, 큰 틀에서 대의로 간다는 뜻에서 여러분이 동참했다고 본다"며 "마음 든든하게 힘차게 나가고자 한다. 손에 손 잡고 벽을 넘어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자"고 말했다.
그는 "나는 한나라당을 탈당했고, 여러분은 열린우리당을 탈당했다. 자신의 위치가 불안해서 탈당한 것이었다면 국민이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며 "새 정치, 새 희망을 만들어야 국민이 우리를 봐주고 동료 정치인들도 힘을 모아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학규 지지를 선언한 탈당의원 중 한명은 "손 전 지사가 범여권 대통합을 위해 역할을 하겠다고 한 만큼 국민경선 참여도 시간의 문제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손 전 지사와 첫 상견례를 가진 열린우리당 탈당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손전 지사의 범여권 대통합 역할론을 주문했다.
김동철 의원은 "손 전 지사가 범여권 대통합에서 큰 역할을 하면 더 많은 지지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고, 조정식 의원은 "대통합을 위해 어떤 역할이든 마다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대통합의 가닥이 잡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밝혔다.
안영근 의원은 "7명의 난쟁이가 백설공주를 보호하듯이 저희가 원하는 손학규가 국민이 원하는 손학규가 될 수 있도록 손 전 지사와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