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환이 없었더라면 우린 지금 꼴찌죠.”
박명환이 빠진 LG를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8승(2패)을 거둔 그는 벌써 팀의 4연패를 3번이나 끊었다.
그가 없었다면 LG는 수시로 긴 연패의 늪에서 허덕였을 것이다. 한 직원은 “(두산에서 자유계약선수로 풀린) 박명환을 데려오는 데 4년간 40억 원을 썼지만 이미 그 몫을 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LG가 29승 2무 31패(6위)로 중위권을 유지하는 것도 에이스 박명환 덕분이다.
반대로 KIA는 에이스 김진우의 부진이 뼈아프다. 시즌 전 예상과 달리 KIA는 최하위에 처져 있다. 홍세완 이대진 등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이종범 등 베테랑 선수들의 부진이 원인이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에이스 김진우의 부재다.
정규 시즌에선 연패를 하지 않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연패는 끊고, 연승은 이어야 할 김진우가 컨디션 난조로 일찌감치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KIA호는 중심을 잃어버렸다. 구위가 좋은 윤석민이 김진우를 대신했지만 경기를 지배하는 에이스의 모습엔 미치지 못한다.
김진우는 에이스 기질을 타고난 선수다. 2002년 데뷔 후 거의 한 해도 전 시즌을 뛰지 못했지만 3시즌이나 10승 이상을 거뒀다. 작년에도 부상으로 두 차례 전력에서 이탈했지만 10승을 거두며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에 기여했다.
KIA는 당연히 김진우를 1선발에 두고 시즌을 구상했을 것이다. 그런 김진우의 부진은 팀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김진우는 6월 들어 1군에 합류했지만 아직 제 컨디션이 아니다. 20일 한화전에서는 1회에만 볼넷 5개를 남발하며 무너졌다. 28개 공 가운데 볼이 무려 20개였다.
7연패에서 벗어난 24일 두산전이 끝난 뒤 서정환 감독을 비롯한 KIA 선수들은 잠실구장 3루 관중석을 향해 ‘큰절’을 올렸다. 서 감독은 “팬들께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선수들에게는 아직 우리를 성원해 주시는 팬들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 선수들 가운데엔 김진우도 있었다. 그날 큰절에 감동의 눈물을 흘린 팬들을 위해서라도 그의 부활은 절실하다. 아직 시즌은 절반이나 남아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