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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키워주고… 주고받고… ‘사주던’ 메세나 바뀌고 있다

입력 | 2007-06-27 02:59:00

기업의 문예 지원은 기업 이미지, 문화 경영, 사회 공헌의 중요한 도구가 되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SK텔레콤의 ‘해피 뮤직스쿨’, LG생활건강이 후원하는 해금 연주자 ‘꽃별’, 직장 사무실에서 열리는 한국메세나협의회의 ‘찾아가는 음악회’, 서울발레시어터가 주최하는 ‘CJ발레교실’. 사진 제공 한국메세나협의회


기업의 메세나(문예 후원) 활동이 진화하고 있다. 대형 뮤지컬이나 클래식 공연 티켓을 사 주던 일회성 후원은 옛말이다. 새로운 트렌드는 서로 ‘길들여지기’다. 기업은 장기적으로 예술 영재를 키우거나, 예술단체와 관계 맺기를 시도한다. 지금까지는 일방적 지원이었다면, 이제는 기업과 예술이 쌍방향 도움을 받는 윈윈(Win-Win) 전략을 추구한다.

○소외된 학생들이 펼친 감동의 무대

24일 오후 4시 서울 중구 정동 예원학교 5층 강당. 피아니스트 주희성 서울대 교수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박근태(17·2007년 수리음악 콩쿠르 1위) 군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하자 객석에서는 ‘브라보!’ 소리와 함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 음악회는 SK텔레콤이 주최한 소외계층 음악교육 프로그램인 ‘해피뮤직스쿨’의 제1회 향상음악회. 3월 선발된 학생 45명은 3개월간 갈고 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들은 시각장애인, 홈스쿨 학생, 예고 중퇴생 등 가정 형편상 음악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아이들이었다.

‘해피뮤직스쿨’에서는 음악감독 첼리스트 송영훈을 비롯해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 첼리스트 현민자, 피아니스트 주희성 등 국내 정상급 연주자들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SK텔레콤의 조중래 상무는 “일회적인 공연 지원보다는 장기적으로 예술가를 양성하는 것이 목표”라며 “전국에서 절절한 사연을 담은 요청이 쇄도해 대상 확대를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쌍방향으로 펼쳐지는 기업과 예술의 결연

23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 오페라 ‘지구에서 금성천으로’에서는 현란한 레이저 영상이 무대를 수놓았다. 이 아름다운 레이저 영상은 ‘삶과 꿈 챔버오페라 싱어즈’(대표 신갑순)와 결연을 체결한 레이저 장비 제조업체 이오테크닉스의 도움으로 가능했다.

이번 사례처럼 한국메세나협의회(회장 박영주)가 주선하는 ‘기업과 예술의 만남’(A&B)을 통해 지금까지 41쌍의 커플이 탄생했다. 26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결연식에서 박 회장은 “예술단체뿐 아니라 기업도 마케팅과 이미지 측면에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만남”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토지공사는 2년 전부터 경기 용인시 죽전, 동백지구 등 신도시 개발지역 주민들을 위해 ‘행복울림 음악회’를 열어왔다. 김평남 홍보팀 차장은 “신규 개발지역은 아직 문화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곳이 많다”며 “타악 그룹 ‘공명’과 결연해 문화사업을 펼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방화장품을 판매하는 LG생활건강은 서울국악관현악단과 해금연주자 ‘꽃별(본명 이꽃별)’을 후원해 브랜드 이미지에 전통 예술을 결합시키고 있다. 화장품 판매 직원들이 해금 연주자들로부터 연 100회 정도의 교육을 받고 연말에 해금 공연을 펼칠 계획이다.

이 밖에 시스템 창호 기업인 이건창호는 전통문화 보존운동단체인 ‘아름지기’와 함께 고궁 청소 자원봉사 활동을 펼치고, 한국철강신문은 판화미술가 단체인 서울프린트클럽을 지원하는 대신 판화작품으로 2008년도 기업달력을 제작했다. 서울발레시어터는 결연업체인 CJ그룹 임직원을 대상으로 발레를 체험하는 ‘CJ발레교실’을 열고 있다.

극단 아리랑과 결연을 한 비스킷 소프트(게임 콘텐츠 개발업체) 이은숙 대표는 “우리 업체와 극단은 게임 유저와 연극 관객을 매료시켜야 하는 점에서 매우 닮았다”며 “문화예술은 정보기술(IT) 업계 아이디어의 보물창고”라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