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성(32·180cm)은 2005년 프로농구 TG(현 동부)에서 우승한 뒤 자유계약선수로 KTF에 새 둥지를 마련했다. 프로 세계에서 더 나은 조건을 찾아 이적하는 일이야 흔하지만 정상의 자리에서 옮기는 경우는 드물다. 돈보다도 뭔가 다른 이유가 있었다. 한마디로 ‘대장’이 되고 싶어서였다.
신기성은 고려대 시절 동갑내기 스타 현주엽의 그늘에 가려 있었다. 1998년 프로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단신이라는 이유로 7순위까지 밀렸다. TG에서는 주전 포인트 가드로 활약하면서도 허재 양경민 김주성 등 중앙대 출신 선후배들의 틈에서 제 ‘목소리’를 내기 힘들었다.
어느덧 서른 줄에 접어들면서 리더로서 팀을 주도하고 싶은 의지가 강해졌던 것. 지난 시즌 KTF가 처음으로 챔피언결정전에 올라 모비스와 7차전까지 접전을 벌일 수 있었던 데는 코트 안팎에서 팀을 조율한 신기성의 역할이 컸다. 그는 김도수 조성민 등 후배들의 개인 교사를 자처했고 용병 맥기와 리치에게는 크리스마스 같은 명절에 따로 불러내 술자리까지 마련해 주며 동료애를 발휘했다. 상무 시절에 이어 KTF에서 다시 신기성을 만난 추일승 감독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개인보다는 팀을 먼저 생각하고 후배들도 잘 챙긴다”고 말했다.
그런 신기성이 2008 베이징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다음 달 아시아선수권 남자농구 대표팀에서 처음으로 주장을 맡아 태릉선수촌에서 합숙하고 있다. 프로 선수들에게 대표팀은 언제부터인가 기피 대상이었다. 연봉과 직결되는 시즌 준비에 방해가 되고 자칫 성적이 나쁘기라도 하면 비난받기 일쑤이기 때문. 5월 초 시즌을 끝내고 대표팀에 합류한 신기성 역시 이런 부담이 없을 수 없다. 세대교체를 단행한 대표팀의 전력도 떨어진다. 그래도 맏형으로서 의욕만큼은 넘친다. “우린 젊다. 몸 걱정만 할 수는 없다. 올림픽은 아무나 갈 수 없다.”
훈련장에도 맨 먼저 나가고 함성 한 번이라도 더 외치는 신기성. 솔선수범하는 리더의 모습에 농구 대표팀의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활력이 넘친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