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 마을에 사는 꼬마 애니에게 어느날 할머니가 말한다.
“지금 네 엄마가 짜는 양탄자가 다 될 즈음엔 이 할머니도 대지(大地)의 어머니에게 갈 거란다.”
애니는 할머니가 조금이라도 늦게 돌아가셨으면 하는 마음에 엄마를 학교에 불려 다니게 하고 양탄자 실을 베틀에서 풀어놓는 등 갖은 애를 쓴다.
할머니는 그런 애니에게 “시간은 결코 되돌릴 수 없다”고 조용히 일러 준다. 그러면서 아이는 자연스레 죽음의 의미를 알아간다.
1972년 뉴베리상 수상작 ‘애니의 노래’ 줄거리다. 어떻게 아이에게 죽음을 알려 줄 것인지의 문제를 다룬 이 동화는 그 잔잔함이 어른들의 마음까지 사로잡는다.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아동문학상인 뉴베리상은 1922년 6월 27일 첫 수상작을 발표한 이래 매년 이같이 훌륭한 작품에 메달을 수여했다.
뉴베리상은 세계 최초로 어린이 책을 낸 18세기의 영국 출판업자 존 뉴베리를 기념해 미국도서관협회가 제정한 상. 한국에는 2002년 재미동포인 린다 수 박 씨가 ‘사금파리 한 조각’으로 수상하면서 잘 알려져 있다.
비록 동화지만 전혀 유치하지 않고 탄탄한 플롯을 갖춘 수상작은 얼마든지 있다.
이혼 가정 어린이의 일기를 통해 유년기의 성장통(痛)을 감동적으로 묘사해 내는가 하면(1984년 ‘헨쇼 선생님께’), 선사시대부터 인류의 역사를 풀어 쓴 작품(1922년 ‘인류 이야기’)도 있다.
배경의 폭도 넓어서 ‘사금파리 한 조각’처럼 한국 고려시대 도공(陶工)의 삶을 조명하기도 하고, ‘아프리카 소녀 나모’(1997년)와 같이 아프리카의 설화를 재구성하기도 한다. ‘샬롯의 거미줄’(1953년), ‘비밀의 숲 테라비시아’(1978년)는 영화로 만들어져 올해 초 한국에서도 잇달아 개봉했다.
뉴베리상의 경쟁력은 까다로운 심사기준에서 나온다. 평가단은 주제의식은 물론 정보의 깊이와 스토리, 인물과 문체의 적정성 등을 꼼꼼히 체크한다.
해외에는 이런 아동문학상이 많다. ‘콜더컷상’은 그림책에 주는 상이며 국제아동도서협회가 주는 ‘안데르센상’도 유명하다. 영국에도 뉴베리상과 비슷한 ‘카네기상’이 있다.
이런 책들은 국내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어 방학을 앞둔 어린이들에게 안성맞춤일 것 같다. 물론 아무리 좋다 해도 억지로 읽게 하는 것은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