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순 중국을 통해 백두산에 오른 이모(48) 씨는 지금도 아찔하기만 하다.
백두산 정상에 오르는 20여 분 동안 그를 태운 지프형 승합차는 수없이 굽은 절벽길을 시속 70km를 넘나드는 속도로 질주했다.
교통안내판에는 시속 15km로 표시됐지만 운전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굽은 길을 돌 때마다 영화에서나 나오던 ‘끼기∼긱∼’ 하는 타이어 마찰음을 계속 내며 차를 몰았다. 산을 오르내리는 동안 관광객을 태운 차량들은 왕복 2차로 산길에서 추월을 일삼았다.
그는 “오지여행이나 모험여행을 간 것도 아니고 백두산 여행이 그렇게 위험한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며 “그런 상황을 미리 알았다면 백두산에 절대 가지 않았을 것이다”고 흥분했다.
휴가철을 맞아 각 여행사가 대대적으로 해외여행 상품을 홍보하고 있으나 소비자들은 가격과 장소만 알 수 있을 뿐 안전도와 관련된 정보를 얻지 못하고 있다. 특히 여행사들은 저가 패키지 여행을 앞세우면서 질 낮은 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관광객들은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현지의 위험 상황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는 것.
지난해 캄보디아를 여행한 김모(30) 씨는 베트남 호찌민 시에서 캄보디아의 시엠리아프 공항으로 가는 항공편을 이용하면서 1시간 내내 불안에 떨어야만 했다.
처음으로 타 보는 프로펠러 비행기는 기류가 조금만 바뀌면 비행기가 요동을 쳐 잠을 자기는커녕 옆에 앉은 친구에게 “우리 유서라도 써놓고 와야 했는데…”라며 쓴웃음만 지어야 했다.
지난여름 가족과 함께 태국으로 패키지 여행을 떠났던 안모(26·여) 씨도 한국 여행사 측에서 섭외해 놓은 한국인 가이드가 자격증도 없이 활동하는 바람에 경찰의 불심검문에 걸려 해외에서 경찰서에 갈 뻔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해외여행 관련 불만 사례는 지난해 3607건, 올해 6월까지 1418건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국내 대형여행사에서 일하는 A(34·여) 씨는 “현지 상황에 대해서는 현지 가이드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부분이 크다”며 “가격을 낮추기 위해 자격증도 없는 가이드를 쓰다 보니 안전이 검증되지 않은 교통편이나 숙박이 제공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한양대 관광학과 이훈 교수는 “1차적으로는 여행사 자체가 여행의 안전 시스템에 대해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이와 함께 해외여행 안전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졌는지 정부가 체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