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홍보대행사 ‘피알원’에 입사한 배윤식(28·인천시립대 컴퓨터공학과 졸업·사진) 씨. 그는 사내에서 ‘배 대리’로 불린다.
입사 초기부터 청중을 압도하는 발표 실력을 발휘해 ‘신입사원 같지 않은 신입사원’이라는 평판을 얻었다. 대학시절부터 홍보에 대한 전문 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배 씨는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복수 전공했다. 4학년 때인 지난해 초 한국PR기업협회에서 주관하는 3개월 과정의 PR아카데미도 마쳤다. 공학 지식과 신문방송학에서 배운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접목하면 ‘홍보 맨’으로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학 재학 중 학교 홍보 방안에 대한 교내 공모전에서 동료들과 함께 응모해 최우수상도 탔다. 당시 인기를 끌기 시작하던 인터넷 미니홈피를 학교 홍보에 이용하자는 아이디어였다.
“이번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대학시절부터 키워 온 ‘홍보 맨’의 꿈을 쉽게 버릴 수 없었습니다.”
그는 지난해 6월 특허기술을 거래하는 회사에 최종 합격했다. 하지만 입사를 포기하고 한 달 80만 원을 받으며 피알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홍보 대행사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스스로 ‘알바생’이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가진 열정과 실력을 보이기 위해 정규 사원처럼 생각하고 일했어요.”
그는 주어진 일만 수동적으로 하는 아르바이트 학생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 상사가 지시하기 전에 아이디어를 먼저 제안하고 야근도 자청했다. 그리고 하반기 공채에 지원서를 냈다.
피알원은 지난해 커뮤니케이션신화, 미디컴, 오피큐알의 3개 홍보대행사가 합병해 설립된 국내 최대 규모의 홍보대행사다.
이 회사는 하반기에 공채로 신입사원을 선발한다. ‘1차 서류전형(합격자의 5배수 선발)-2차 실무면접(3배수 선발)-3차 임원면접’으로 최종 합격자를 가린다.
홍보대행사의 경우 규모가 작은 회사가 많기 때문에 공채보다 수시채용이 흔한 편이다. 입사전형에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가진 인재를 선호한다. 다국적기업 고객사를 관리하기 위해 영어 등 외국어 능력도 필요하다.
기업 홍보 담당자나 언론 매체 등과의 접촉도 잦다. 외향적이고 적극적인 성격과 동아리, 아르바이트, 인턴, 봉사활동 등 다양한 경험을 중시하는 이유다. 워드, 파워포인트 등 문서 작성 능력도 필수적이다.
“광고가 소낙비라면 홍보는 가랑비와 같습니다.”
그는 2차 실무면접에서 ‘광고와 홍보의 차이점’을 묻는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했다. 실무 경험을 들며 광고는 소낙비처럼 단기간에 많은 자금을 투자해 신문 TV 등 여러 매체에 알릴 수 있지만, 홍보는 ‘가랑비에 옷 젖듯이’ 꾸준히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홍보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갖고 있던 다른 지원자와는 확연히 달랐다.
배 씨는 “꿈을 이루기 위해 남보다 더 많은 경험과 지식을 쌓았다”며 “아르바이트로 일하며 회사 분위기와 실무 경험을 익혔던 게 입사 면접에서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글=박용 기자 parky@donga.com
사진=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인사담당자 한마디 ▶▶▶ 미디어 환경 이해 다른 지원자보다 탁월
피알원은 적극성과 순발력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춘 인재를 원한다. 주로 신문방송학과나 광고홍보학과 등 인문사회계열 졸업자들의 지원이 많다. 배 씨의 경우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흔치 않은 지원자였다. 정보기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온라인 미디어 환경에 대한 이해력이 다른 지원자들보다 월등히 앞섰다. 아르바이트 활동을 하면서 보여 준 빈틈없는 업무처리 능력과 강한 추진력, 논리적인 사고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