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미국 보스턴 로건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릴 때의 일이다. 기내에서 읽을 잡지를 고른 뒤 계산대로 가자 다른 방향에서 다가온 한 여인이 바로 내 뒤에 섰다. 적어도 내 생각에는 그랬다. 그러나 돈을 내려고 하자 이 여인이 소리를 쳤다. “실례합니다. 제가 먼저 왔거든요!” 그러곤 나를 쏘아보더니 “당신이 누군지 알아요”라고 말했다. 그 소리를 듣곤 내가 분명히 먼저 왔음에도 불구하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 일이 오늘 일어난다면 어떨까. 나는 아마도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아가씨, 미안합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먼저 계산하세요. (죄송하다는 뜻으로) 당신의 잡지를 제가 사 드려도 될까요? 아니면 점심이라도?”
왜냐고? 이 여성이 블로그를 하거나 휴대전화의 카메라를 내게 들이댈지 모르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다면 ‘나의 무례함’을 전 세계에, 철저히 그녀의 관점에서 전하며 내가 무례하고 거만하며 아무 줄에나 끼어들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몰아붙일지도 모른다. 거 참!
누구나 블로그를 가진 요즘엔 모두가 출판업자인 셈이다. 누구나 카메라가 부착된 휴대전화를 갖고 있으니 모두가 파파라치인 셈이다. 유튜브 동영상은 모두를 영화제작자로 만들었다. 그렇다면 이들이 촬영하고 쓰는 대상은 누구나 공인(公人)이 된다는 얘기다. 블로그의 확산은 세상의 토론거리를 좀 더 풍부하고 투명하게 만들었다.
기업윤리회사인 LRN의 설립자이며 최고경영자인 도브 사이드먼 씨는 새로운 책 ‘어떻게(How)’에서 누구나 별다른 편집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의견을 올리는 세상에서 승리자가 되려면 상황 변화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신이 말하는 것이나 쓰는 것들은 ‘디지털 지문’으로 남아 결코 지워지지 않는다. 우리 세대 땐 얼빠진 행동을 해도 이력서에 포함되지 않지만 지금은 온라인에 남는다. 고용주들이 입사지원자의 이력서를 읽기도 전에 이미 구글로 사전조사를 마칠 수 있다는 얘기다.
“전자적 형태의 기억이 지속된다는 것은 제2의 기회를 더 어렵게 만든다.” 사이드먼 씨의 얘기다. 그는 “정보화 시대에선 삶의 다른 장(章)을 펼치거나 뒤에 숨기 어렵다”며 “당신의 과거는 당신의 현재”라고 강조했다. 삶을 더 낫게 만들기 위해선 ‘어떻게’가 관건이 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사업에서도 이런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런 변화는 새로운 기회도 만들어 낸다. 오늘날에는 당신이 만든 ‘무엇’이 실시간으로 복제되고 다른 사람에게 팔리고 있다. 이런 시대에선 당신이 어떻게 고객을 대하고, 어떻게 약속을 지키고, 어떻게 협력하느냐에 따라 차별화를 끌어낼 수 있다.
사이드먼 씨가 소개한 사례는 다음과 같다.
미시간의 한 병원에서는 실수한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사과하도록 교육한 뒤 의료사고 소송이 극적으로 줄어들었다. 텍사스의 한 대형 자동차 판매점은 정비사들에게 차량 수리에 드는 회사 비용을 얼마든지 자유롭게 쓰도록 한 뒤 오히려 비용이 줄어들고 고객의 만족도가 높아진 것을 확인했다. 뉴욕의 도넛 가게에서는 고객이 스스로 잔돈을 알아서 내도록 한 뒤 더 빨리 더 많은 사람에게 도넛을 팔 수 있었고, 이 고객들을 단골로 만들 수 있었다.
당신이 자동차를 팔든지 신문을 팔든지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젠 더 많은 사람이 당신이 제대로 하는지 안 하는지를 알게 된 시대인 것이다.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