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조가 울산시민과 여론의 간곡한 만류를 뿌리치고 끝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파업에 돌입했다. 시민은 물론이고 이 지역 550여 개 협력업체도 허탈해하고 있다. 노조원들은 나중에 이면합의를 통해 수입을 보전받으려 들겠지만 협력업체나 지역의 식당 가게 택시들은 파업의 여파로 생길 손실을 메울 방법이 없다.
현대차 노조원의 60% 이상이 정치파업에 불참했으나 공장 컨베이어 벨트를 세우고 전등을 꺼 버리는 강경파의 위세 앞에선 무력했다. 이번 파업은 조합원의 뜻을 대변하지 않는 노조 집행부의 전횡과 상습적인 불법 행위에 단호한 제동장치가 필요함을 일깨우고 있다.
파업 현장에는 국제금속노련 동남아 지역 대표가 참석해 “세계적으로 FTA를 통해 극소수의 자본가가 배를 불리고 노동자들은 가난해지고 있다”고 선동했다. 이번 파업이 계급투쟁론에 바탕을 둔 국제적 대리 파업의 성격도 띠고 있음을 확인해 준 것이다. 자유무역이 노동자를, 특히 현대차 노조원을 가난하게 만든다는 주장은 사실과 정반대다.
세계적 브랜드 컨설팅회사인 ‘인터브랜드’의 조사에 따르면 현대차의 브랜드가치는 세계 자동차업계 8위로 1위인 도요타의 14.7%에 그친다. 전문가들은 현대차의 품질에 비해 브랜드가치가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로 파업에 따른 이미지 손상을 꼽는다. 현대차는 지난 20년간 한 해만 빼고 매년 파업했다. 반면 도요타는 1950년을 끝으로 57년간 무(無)파업이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 등 미국 업체들도 위기를 겪으면서 수년 전부터 노조가 나서서 임금 삭감과 구조조정을 논의 중이다. 독일의 BMW, 폴크스바겐도 마찬가지다.
현대차는 소비자의 희생이 전제된 정부지원, 관세장벽, 국산품 애용에 힘입어 생산능력 세계 6위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잭 웰치 전 GE 회장은 “현대차가 10년 뒤 GM과 비슷한 모습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현대차는 시장에서 심판받을 것”이라고까지 했다. 오죽하면 노동운동가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까. 우리 국민은 현대차 없이 살아갈 방법을 궁리할 때가 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