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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광주 디자인비엔날레 홍보대사 맡은 노르베르트 바스 주한 獨대사

입력 | 2007-06-29 03:01:00

27일 만난 노르베르트 바스 주한 독일대사는 “유럽 정상 간의 EU조약 합의와 한국-EU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따라 앞으로는 예전보다 훨씬 많은 한국인이 유럽에서 다양한 기회를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펼쳤다. 김재명 기자


‘아름답지만 조금은 먼 세상’으로 느껴져 온 유럽이 한층 크고 가깝게 다가올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정상들은 23일 EU 대통령과 외교정책대표 직을 신설하는 내용의 EU조약안에 합의했다. 공동의 문제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된 EU는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한층 큰 발언권을 행사하는 한편 경제 성장에도 가속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연내 체결이 기대되는 한국-유럽 자유무역협정(FTA)은 두 경제권 사이의 협력을 크게 강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6월을 끝으로 EU 순회의장국 지위를 포르투갈에 물려주는 독일의 노르베르트 바스 주한 대사를 만나 EU의 미래와 한국-유럽 관계의 전망을 들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6개월 임기의 ‘EU 의장국 수반’ 마지막 역할을 EU조약 합의라는 성과로 장식했습니다. 독일이 주도해 이룬 뜻 깊은 결실로 생각됩니다만….

“EU 같은 기구의 성패는 각 회원국의 의견을 성공적으로 조율하는 데 달려 있습니다. 총리께서 솜씨를 잘 발휘하신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 이번 조약 합의 과정에서는 과거 독일에서 침략의 피해를 본 폴란드의 심리적 저항이 두드러졌습니다. 독일은 앞으로 이런 주변국의 우려에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 궁금합니다.

“독일은 끊임없이 과거의 침략으로 피해를 본 국가들과 화해정책을 추구해 왔고 많은 성과가 있었습니다. 폴란드의 경우 EU 내에서 확실하게 자리를 잡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한편으로 EU의 역할이 증대되면서 국가의 정체성이 사라질 것에 대한 위기감도 있죠. 폴란드 외에도 많은 나라가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해답을 찾았습니다.”

―어떤 해답입니까.

“이번 EU 정상회의에서는 EU 의회의 기능을 강화하면서 각 회원국 의회의 기능도 강화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전체적으로 EU 기구의 기능이 커졌지만 각 회원국의 역할도 커졌죠. 어떻게 그 양쪽이 모두 가능할까 싶지만, 중간의 어중간한 영역을 없애고 양자 간 역할에 분명한 선을 그은 것입니다. 그 결과 조직이 훨씬 민주화됐으며 결정 능력이 빨라질 것입니다.

한편으로 독일이 EU를 지배하리라는 걱정은 근거가 없는 것입니다. 독일이 EU 내 최대 국가라지만 27개 회원국 중 하나일 뿐이고 인구도 EU 전체의 20%에 못 미칩니다. 이런 지분으로 어떻게 혼자 끌고 가겠습니까?”(웃음)

―최근 사회개혁이나 경제개혁, 대서양 양안관계(대미관계) 등에서 메르켈 총리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니콜라 사르코지가 프랑스 대통령이 됐습니다. 이에 따라 두 나라 사이의 더욱 긴밀한 협력이 기대됩니다만….

“동감입니다. 두 정부의 정책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유사합니다. 양국은 이미 여러 가지 면에서 공동의 이해를 갖고 있으므로 협력이 강화될 것입니다. 대미관계에 대해 말하자면, 메르켈 총리는 취임 초반부터 미국-EU 확대 경제공동체 구상을 밝힌 바 있습니다.”

―한국의 한 경제연구소는 최근 유럽이 2010년경 정치 통합을 이루고 그 뒤 연 3% 이상의 경제 성장을 지속하면서 ‘유럽 르네상스’를 이뤄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올해 이미 EU 전체의 경제성장률은 2.9%에 달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독일도 긴 조정기를 거쳐 경기 확장 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올해 체결될 것으로 기대되는 한국-EU FTA도 지금까지보다 훨씬 큰 기회를 마련해 줄 것 같습니다.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가장 큰 이득과 효용은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FTA란 양자에게 모두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만, 한국 경제가 더 큰 기회를 맞게 될 것입니다. EU는 5000만 명의 새 시장을 갖게 되지만, 한국은 5억 명의 시장을 벌게 되니까요. 덧붙여서 EU는 한국과 공동의 기술 표준을 창출하는 데 큰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최근 광주 디자인비엔날레 홍보대사를 맡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미술과 디자인에 흥미가 많은 것도 한 가지 이유죠. 한편으로 디자인은 독일과 한국이 협력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분야입니다. 그런데 이런 활동에 나선 것은 개인적인 욕구와도 관계가 있습니다.

―무엇입니까.

“한국인들은 ‘독일’이라는 말에서 역사 철학 사상 같은 ‘옛것’을 연상하기 쉽습니다. 또는 근면하고 성실하다는 이미지가 앞서기 쉽죠. 그렇지만 독일은 전통 못지않은 활력과 창의성, 세련미를 가진 나라입니다. 한국 못지않게 독일도 첨단기술로 ‘먹고사는’ 나라입니다. 한국인들이 독일의 이 같은 면을 잘 이해하게 되기 바랍니다. 특히나 디자인과 같은 선진 분야에서 교류를 자주 가질 수 있다면, 한국인들은 독일에 대해 전혀 새로운 느낌을 갖게 될 겁니다.”

:노르베르트 바스 대사:

△1947년 독일 함부르크 출생 △1978년 이탈리아 피렌체 유럽 대학연구소에서 박사학위 취득 △1978년 독일 외교부 근무 시작 △1995년 주그루지야 독일대사 △1998년 독일 외교부 중부유럽 담당관 △2001년 외교부 본부 안보정책담당 대사 △2003년 동유럽, 중앙아시아, 캅카스 담당 특별대사 △2006년 9월 주한 독일대사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