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9·11테러와 이슬람 세계 이해하기
베트남전쟁을 다룬 영화 ‘디어 헌터’에는 ‘러시안룰렛’이라는 게임이 등장한다. 탄알 한 발을 넣고 탄창을 돌린 다음 권총을 자기 머리에 대고 방아쇠를 당기는 ‘목숨을 건 내기’다. 아주 오래되었지만 지금 생각해도 섬뜩하기만 한 이 영화는 전쟁이 어떻게 인간성을 파괴하고 미국의 젊은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지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미국 사나이들의 우정과 희생을 다룬 이 영화는 논란이 많다. 베트남전쟁이 일어난 원인은 무엇이며, 전쟁의 피해자는 누구인가를 짚어 나가다 보면 전혀 다른 결론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의 눈으로 보는가를 알지 못하면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에만 매달리기 쉽다. 사건 이면에 가려져 있는 사물의 본질과 인과 관계 속에서만 우리는 사물을 바르게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책은 9·11테러를 계기로 편견과 오해로 가득한 이슬람 문화에 대해 올바른 시각을 갖자고 한다. 테러의 부당성은 반드시 지적해야 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난 원인과 과정에 대한 이해를 통해 새로운 미래를 열어 보자는 의도다.
사실 56개국 13억 신도를 거느린 이슬람에 대해 우리는 아는 바가 너무 없다. ‘이슬람’, ‘아랍’, ‘중동’, ‘회교’, ‘모슬렘’, ‘회교원리주의’ 등의 무분별한 용어 사용이 말해 주듯 우리에게는 이슬람에 대한 기초 정보가 없다. 그러다 보니 ‘한 손에는 코란, 한 손에는 칼’이라는 서구의 왜곡된 시각 속에 이슬람은 반문명적이고 비인도적이며 위험하다는 식의 논리적 비약에 빠지기도 한다. 그것은 마치 사우디아라비아에는 사막뿐일 것이라는 생각만큼이나 허황된 것이다. 이슬람 세계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필요한 까닭이다.
이 책은 피라미드에서 모헨조다로까지 인류 최고의 문명을 이루어 낸 이슬람 국가들의 역사와 자연을 말한다. 또 이슬람에는 왜 성직자가 없으며 돼지고기를 금하는지 종교와 문화를 소개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쿠르드족의 비애나 코소보 사태, 그리고 체첸 독립운동이나 팔레스타인 문제 등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들의 원인과 경과는 세계를 보는 안목과 함께 올바른 가치관을 세우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제3세계의 핵을 이루는 중동-이슬람 세계에 대한 이해는 진정한 세계화로 가는 길이다. 더욱이 주변 세계에 대한 객관적이고 주체적인 시각의 정립은 나의 정체성을 찾는 일이기도 하다. 이슬람에 대한 이해를 통해 우리들 자신을 깨닫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문재용 서울 오산고 국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