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사립학교법을 이번 임시국회 회기 안에 재(再)개정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여야가 정치적 흥정을 통해 사학법을 다른 법과 연계 처리하려고 했던 것은 잘못이다. 9가지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이 제기된 사학법은 별도로 깊이 있게 논의해야 옳다.
핵심 쟁점인 개방형 이사는 전체 이사 수의 4분의 1(5명 이상 홀수)을 두도록 하되 학교운영위원회(초중고교)와 대학평의원회에 개방형 이사 추천위원의 과반수를 선임할 권한을 주고 재단에는 그보다 한 명 모자라는 추천위원 선임권을 주는 방식이다. 다수 사학은 개방형 이사의 선임을 무한정 미룰 수 없어 급한 불이라도 끄려는 마음에서 이 방안을 받아들이려 한다. 그러나 개방형 이사의 수나 선임 방식이 어떻게 되건 사적자치(私的自治)와 사학의 재산권이라는 본질적 권리를 침해하는 법률은 위헌 논란을 해소하기 어렵다.
사학법인 임원 취소에 관한 조항도 오늘 열리는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어떻게 합의될지 관심거리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일부 대학에 파견한 임시이사들이 학교 경영권을 틀어쥐고 전횡하는 사태가 지속되고 있다. 그런데도 재작년 12월 개정된 현행 사학법은 임원 승인 취소 사유를 구법(舊法)보다 크게 확대해 분규가 일어나면 곧바로 임시이사가 파견돼 학교를 쉽게 접수할 수 있도록 했다.
임원 승인 취소 및 임시이사 파견 제도는 학교의 조속한 정상화라는 취지에 맞게 근본적으로 손질해야 한다. 올해 4월 양당 정책위의장은 임원 승인 취소사유를 축소하고, 현행 관할청이 담당하는 임시이사 선임·해임권을 신설되는 사학분쟁조정위원회(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 3명씩 추천)에 맡기기로 합의했는데 현행 제도보다는 다소 개선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비리사학 문제는 관할 관청의 감사와 수사기관 수사를 통해 바로잡으면 된다. 극소수 비리사학 때문에 전체 사학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것은 헌법정신에 어긋난다. 현행 사학법에 반발하는 종교계와 대선을 의식해 우선 봉합이나 하고 보자는 정치권의 졸속 타협이 아니라, 사학 자율의 근본적 회복에 초점을 맞춘 사학법 재개정이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