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 여름방학이 다시 찾아왔다. 주위에서 방학을 맞아 한가한 대학생을 찾는 것이 여간 어렵지 않다.
방학은 학기와 학기 사이에 쉬는 기간이 아니라 학기 중에 못했던 일을 해내야 하는 기간이 됐기 때문이다. 학점 관리하느라 못했던 영어공부, 자격증 취득, 공모전 등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방학에도 쉬지 못한다.
그중에서도 최근 몇 년 사이 각광을 받고 있는 방학 중 계획에 단연 ‘인턴’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인턴이라는 제도는 외국에서나 있는 낯선 제도였다.
하지만 이제 3, 4학년의 인턴 지원은 누구나 한번쯤 지나가는 통과의례가 되었다. 인턴 지원을 위해 이력서를 10∼20통 쓰느라 기말고사에도 지장이 많았다는 이야기를 흔히 듣는다.
인턴이라는 제도는 상당히 효율적이다. 자신이 원하는 회사와 직종을 미리 체험하고 직장생활을 경험함으로써 대학생으로서는 학창시절에 얻을 수 없는 귀한 실전경험을 쌓을 수 있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인턴의 과열이 ‘묻지마 인턴’을 양산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다른 친구들은 다들 인턴을 하는데 나 혼자 인턴을 하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마음이 들어 원하지 않는 회사의 원하지 않는 자리에도 마구 인턴을 지원하는 현실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새로운 경험으로 시각을 넓혀 가면 좋겠지만 십중팔구는 자신의 희망과 현실 사이에서 괴리를 경험하고 힘든 인턴생활을 마감하게 된다. 자기에게도, 회사에도 아무런 이득이 없는 인턴생활로 인해 남은 것은 이력서의 한 줄뿐이 아닐는지.
물론 이러한 ‘묻지마 인턴’을 하는 친구들에게도 할 말은 있다. 방학 동안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면 나중에 이력서 위주의 입사 평가 시 게으른 사람 취급을 받기 십상이라고 말한다.
취업 열기가 뜨거운 한국사회에서 이러한 학생들의 처지를 이해할 수밖에 없기에 마음 한구석이 무거워진다. 이력서와 간판 위주의 평가보다는 심층평가를 통한 인재 선발에 기업들이 더욱 노력을 기울여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지은 성균관대 사학과 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