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 서명식은 토요일인 지난달 30일 미국 워싱턴 의사당의 하원 캐넌 빌딩에서 진행됐다. 지난해 2월 3일 의사당 본청에서 협상 선언을 공식발표한 지 17개월 만이다.
이례적으로 토요일에 행사가 열린 것은 협상절차법상의 시간 제약 때문이었다. 미국 시간으로 4월 1일 합의 후 ‘90일 이후’이면서, 의회가 행정부에 무역협상권을 한시적으로 이양해 준 마지막 날인 ‘6월 30일까지’라는 조건에 부합하는 날은 이날 하루뿐이었다.
미국 헌법 1조는 “대외 무역협상권은 의회에(만)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미 FTA 협상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행사가 의사당에서 진행된 것은 이런 까닭에서다.
서명식에는 김현종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비롯해 칼로스 구티에레즈 상무장관 등 한미 양국인사 200여 명이 참석했다. 사회는 카란 바티아 USTR 부대표가 맡았다. 그는 “이번 합의는 지난 20년간 미국이 체결한 무역협정에서 가장 의미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국 통상정책 수장의 환영사는 자동차 협상 등을 문제 삼아 온 미 의회를 겨냥해 엄중한 메시지를 담았다.
김 본부장은 “양국이 추구하는 것은 관리무역이 아닌 자유무역”이라고 말했다. 슈워브 대표는 “오늘 합의문에 서명하면 합의 내용을 일절 변경할 수 없다…일각에서 신화(myth·자동차 협상 내용을 수정할 수 있다는 정치권의 공언을 지칭하는 것)를 거론하지만, 행정부가 합의 내용을 잘 홍보(educate)하면 그런 말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훈 한국 측 협상 수석대표는 이날 오후 간담회에서 “슈워브 대표의 이 발언은 미 의회를 겨냥한 메시지로 보면 된다”고 풀이했다.
김 본부장과 슈워브 대표는 연설을 마친 뒤 1400쪽 분량의 합의문에 공동 서명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