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마 후미오(久間章生·사진) 일본 방위상이 히로시마(廣島)와 나가사키(長崎)에 대한 미국의 원자폭탄 투하를 옹호하는 발언을 해 참의원 선거를 앞둔 일본 정국이 들끓고 있다.
규마 장관은 지난달 30일 지바(千葉) 현의 한 대학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원폭 투하로 무수한 사람이 비참한 운명을 겪었지만 그로 인해 전쟁이 끝났다는 게 나의 정리된 생각”이라며 “지금 생각해 보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일본이 패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굳이 원폭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뜨렸다”면서 “틀림없이 옛 소련의 참전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고 미국의 원폭 투하 동기를 분석했다.
규마 장관은 “(전쟁이 일찍 끝나지 않았으면) 홋카이도(北海道)까지 옛 소련에 먹힐 뻔했다”고 덧붙였다.
그의 발언이 알려지자 야당과 원폭 피해자 단체들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 파면을 요구하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당의 간 나오토(菅直人) 대표대행은 “원폭 투하 자체를 용인하는 자세는 일본의 주장과 모순된다”며 “방위상으로서 적절하지 못한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전쟁을 강력히 비판해 온 공산당과 사민당도 규마 방위상의 발언을 규탄했다.
파문이 커지자 규마 방위상은 1일 나가사키 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내 발언이 피해자들을 경시하는 인상을 준 데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발언을 철회했다. 그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한 TV 프로그램에서 “발언을 정정할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