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 폭행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김철환 판사는 2일 김 회장의 1심 선고공판에서 "이 사건은 대기업 회장이 재력을 개인적 보복에 악용한 상당히 조직적이고, 대단히 폭력적인 범죄로 결코 사안이 가볍지 않다"며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김 판사가 선고에 앞서 "보복 폭행은 법치주의의 상식에 어긋난 행위"라며 "김 회장은 아들을 때린 사람들을 훈계할 수도 있었고 피해 변상 또는 형사 고소할 수도 있는데 이런 법치주의의 상식을 따르지 않고 법을 경시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김 판사가 이번 사건의 성격과 양형 이유를 읽어 나가자 실형 선고를 예감한 듯 고개를 떨궜다.
이어 김 판사는 "자백, 피해자와의 합의, 피해자들의 선처 호소, 회사 경영사정 등 모든 사정을 감안해도 실형 선고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이 경기 성남시 청계산 기슭 공사장에서 피해자들을 폭행할 때 쇠파이프와 전기충격기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김 판사는 "피해자들의 일관된 진술로 볼 때 쇠파이프와 전기충격기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실형이 선고되는 순간 김 회장은 낙담한 듯 피고인석 탁자를 짚으며 표정이 굳어졌다. 재판이 끝난 뒤에는 변호인 쪽을 향해 미간을 찌푸리며 무슨 말을 하려다 호송관들에 이끌려 법정 밖으로 나갔다.
푸른색 반소매 수의를 입고 법정에 들어설 때만 해도 김 회장은 방청석의 그룹 관계자들을 향해 가벼운 눈인사를 건네며 담담한 표정이었다.
김 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날 것을 기대한 한화그룹 관계자들은 이날 김 회장의 양복을 따로 준비해 왔으나, 기대와 달리 실형이 선고되자 당혹스런 표정이 역력했다.
김 회장과 한화그룹 측은 "정상참작이 전혀 안 된 것 같아 안타깝고 아쉽다"며 "즉시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룹 내부에서는 글로벌 사업이 차질을 빚을까 우려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총수 공백이 길어지면서 한화석유화학, 한화건설, 대한생명 등 10여개 계열사가 추진 중인 해외 사업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글로벌 사업 계획 차질에 대해 그룹 차원의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 회장과 함께 기소된 한화그룹 경호과장 진모 씨에게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한화그룹 협력업체 사장 김모 씨에게는 벌금 500만 원이 선고됐다.
이종석기자 wing@donga.com
주성원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