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산 수산물에 대해 수입규제 조치를 강화하자 베이징측이 '비관세 장벽'이라고 발끈하면서 보복 가능성을 시사해 최근 가시화돼온 중국발(發) 안전 불감증의 연장선상에서 미-중 간 무역전쟁 조짐이 또 다시 부각되고 있다.
블룸버그가 1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중국 검역 당국인 국가품질감독검사검역총국의 리창장(李長江) 국장은 총국 웹사이트에 성명을 내고 "미국 수입품의 질에 대해 중국측이 항상 협조적인 입장을 취해왔음"을 상기시키면서 "미국도 우리 제품에 대해 같은 입장을 취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리 국장은 이어 "미국에서 수입되는 식품도 '많은 경우가 수준 미달'임을 (중국측이) 탐지해 왔다"면서 "그 경우도 시비로 이어지지 않도록 미국측과 협조적으로 일해왔다"고 강조했다.
중국 검역당국 책임자의 이 같은 입장 표명은 미국의 수산물 수입 규제를 중국측이 검역 차원을 넘어선 실질적인 비관세 장벽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베이징 소재 통상전문 변호사인 관안핑은 블룸버그에 "미국이 중국에 대한 비관세 장벽으로 기술 및 질적 수준을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수산물에 시비를 걸 경우 중국뿐만 아니라 어떤 나라도 문제에 걸려들 수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리 국장은 미국이 수입품의 질적 기준을 왈가왈부하는 것과 관련해 "단순히 품질만 시비하지 말고 해당 제품이 시장에서 어떻게 소화되는지도 감안해야 할 것"이라면서 수산물 수입 규제가 "미국 서민층만 힘들게 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통신 신화의 지난달 29일 보도에 따르면 리 국장은 마이클 리비트 미 보건장관과 전화로 수산물 수입규제 문제를 언급하면서 미 식품의약청(FDA)이 중국산 수산물에 대한 수입 금지를 확대한 것이 "무차별적이고 수용하기 힘든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FDA는 전날 메기, 새우, 황어 및 장어 등 중국산 양식 수산물에 대한 수입을 폭넓게 규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FDA는 이들 어종에서 미국내 양식장에서는 허용되지 않는 유해 성분이 검출됨에 따라 이 같은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FDA의 조치는 미국에서 애완동물사료, 치약 및 유아용 장난감 등 중국산 제품이 잇따라 유해 시비를 일으켜온 데 뒤이어 취해졌다.
리 국장은 수산물 규제와 관련해 미 대표단이 중국을 방문해 해결책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앞서 애완동물사료 유해 파문이 발생했을 때도 중국에 조사단을 보낸 바 있다.
한편 뉴욕 타임스는 1일자에서 중국발 안전 불감증에 대한 우려가 미국에서 고조되면서 중국 제품을 대거 수입해온 미국 기업들이 자체적인 검사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제너럴 밀스, 켈로그 및 장난감 체인인 토이즈러스 등은 자신들이 판매하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검사를 강화하고 중국 현지 공장을 예고없이 방문해 점검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도 식품 등의 안전과 관련한 대외 이미지가 크게 실추된 점을 우려해 자체 단속을 통해 불량식품회사를 대거 폐쇄하는 등 이미지 쇄신에 전례없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국에 비해 대(對)중 무역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유연한 입장을 취해온 것으로 평가되는 유럽연합(EU)도 최근 중국 수입 식품에 대한 검사를 강화하는 등 방어 수위를 높였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