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야외 공연의 계절이 돌아왔다. 시원한 들판, 강바람 속에서 펼쳐지는 야외 공연은 실내 공연에서 맛볼 수 없는 묘미가 있기 마련. 그러나 장마 태풍 소나기 등 불안정한 날씨는 야외 공연의 변수이자 훼방꾼으로 불린다.
그럼에도 매년 이 무렵에는 야외 공연들이 열린다.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대관령 공연 등 이미 ‘쓰라린 경험’을 해 봤던 야외 공연의 제작진은 저마다의 노하우로 비에 맞서고 있다. 그 ‘비를 이기는 방법’을 4자 성어로 알아봤다.
○ 백절불굴(百折不屈)… 그래도 우리는 간다
‘비’ 하면 생각나는 대중음악 공연은 뭐니 뭐니 해도 인천의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 아닐까. 1999년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 때 지붕이 없어 쏟아지는 폭우에 그냥 당했다. 지난해 이 록 페스티벌은 호주에서 들여온 대형 천막으로 무장했다. ‘트러스트’라 불리는 이 천막은 너비 36m, 높이 20m로 무대 위 악기와 가수를 보호해 주었다. 올해도 비를 가려 줄 이 천막은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의 상징물이 됐다.
‘돔’형 지붕을 세우는 야외극장도 있다. 국립극장의 ‘하늘극장’은 2001년 개관한 여름 야외 전용 무대. 그러나 태풍 등 여름철 기상 변화에 무력했다. 올해는 25억 원 상당의 돔형 지붕을 달아 개폐가 가능하도록 시설 개보수를 하면서 객석도 600석에서 1000석으로 확장한다.
아예 비에 몸으로 맞서는 공연도 있다. 8월 12∼20일 제주시 해변공연장, 서귀포시 천지연폭포 등 야외무대에서 열리는 제주국제관악제는 금관악기가 현악기나 목관악기와 달리 비에 강하기 때문에 우천 시에도 공연한다. 특히 관악밴드의 시가 퍼레이드는 빗속에서 거리 행진을 하는 것으로 볼 만하다.
○ 유비무환(有備無患)…방수 기기로 중무장
지붕만이 해법은 아니다. 습기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사전 준비도 하고 있다.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의 경우 메인 스피커로 방수기능이 포함된 ‘V-DOSC’를 프랑스에서 수입했고 음향 엔지니어들이 사용하는 콘솔 3대도 방수품으로 준비했다. 올해는 만약에 대비해 예비용 콘솔을 1대 더 들여올 예정이다. 지난해 염분이 함유된 바닷바람에 녹이 슬었던 조명기기도 모두 방수품으로 교체했다.
여러 대의 예비용 기기로 ‘중무장’하기도 한다. 무대 위 악기에 습기가 차는 것에 대비해 기타 드럼 등 밴드 악기 한 세트를 여분으로 준비하고 각종 악기들은 선풍기가 돌아가는 컨테이너 10개에 따로 보관할 예정이다. 발전차도 14대 외에 예비용으로 4대를 더 준비했다.
제주국제관악제 조직위는 관객들을 위해 2000벌의 비닐 우의를 준비했다. 제주시향 이동호 지휘자는 “비가 와도 객석을 떠나는 관객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 새옹지마(塞翁之馬)… 비는 또 다른 기회
지난해 8월 열린 제3회 대관령국제음악제는 갑자기 내린 집중호우로 수해가 발생하자 ‘수재민을 위한 위로 음악제’로 행사 취지를 바꾸었다. 음악제를 주최한 강원도는 용평 리조트 등에서 열릴 예정이던 정규 프로그램을 취소한 뒤 서울과 춘천 원주 강릉을 돌며 수재민 돕기 성금 콘서트를 진행했다. 올해도 이 음악제는 강원대와 강릉대 등 13개 예비 공연장을 추가 확보해 유사시에도 차질없이 음악제를 진행할 예정이다.
비가 록 야외 공연에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다.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의 제작을 맡은 ‘좋은콘서트’의 박상현 PD는 “폭우가 아닌 이상 비가 오는 날에는 소리가 평소보다 더 멀리 퍼져 야외 공연에서는 멀리 떨어진 관객들도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