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장항제련소가 있던 충남 서천군 장항읍 장암리와 송암리 일부 주민이 주변의 환경오염 때문에 암 발생률이 높아지는 등 각종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해 충남도가 실태 조사에 나섰다.
이 마을에는 1936년 장항제련소가 들어서 작업을 해 왔다. 현재는 LS그룹(옛 LG그룹) 계열사인 LS산전과 LS니꼬 동제련 공장이 들어서 있다.
주민들은 1차 가공품(조동·99% 순도의 동)을 전기분해를 통해 동파이프와 스테인리스강을 만드는 인근의 LS산전에 공급하는 LS니꼬도 오염물질을 배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주민대책위원회는 진정서에서 “그동안 장항제련소와 LS니꼬에서 배출된 아황산가스와 산업폐기물이 여과되지 않은 채 인근 바다 등으로 방출돼 이 일대 주민들이 신경통과 뼈엉성증(골다공증), 난청 등으로 시달리고 십여 명이 최근 몇 년 사이 암으로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1998년 국립환경연구원의 토양조사에서 마을 농토가 중금속에 오염된 사실이 밝혀졌고 지난해 마을에서 생산된 쌀에서는 카드뮴이 기준치의 6배를 웃도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이 마을 인근 지역은 최근 환경부가 밝힌 전국토양오염도 조사에서도 구리와 비소 오염도가 각각 61.16(오염우려 기준 50.00), 8.17(6.00)로 기준치를 웃돌았다.
대책위는 “환경오염으로 주민 피해가 잇따르는 데도 이 회사는 피해실태 조사를 외면한 채 이 공장에 폐차소각시설을 세우려 하고 있다”며 △주민 피해 및 토양 오염 정밀조사 △오염된 토양과 바다 환경 복원 △폐차소각시설 설치 중지 등을 요구했다.
충남도는 보건환경국장을 반장으로 하는 긴급대책반을 꾸리고 이 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가족병력을 조사하는 등 실태 조사에 나섰다.
이상옥 보건환경국장은 “주민들의 주장이 사실인지를 우선 조사하고 있으며 정부 관련 부처에 역학조사와 토양 정밀조사 등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LS니꼬 측은 “1989년 이미 제련용 용광로를 폐쇄했고 지금의 전기분해 작업 과정에서는 아황산가스나 다른 폐기물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주민들의 각종 질병은 우리 공장과는 연관성이 없다”며 “우리 회사가 환경폐기물처리업으로 업종 전환을 하는 데 대한 반발로 보인다”고 말했다.
LS니꼬는 2004년 11월 폐자동차 잔재물 소각공정 설립을 위해 서천군에 설립계획서를 제출했으나 군이 환경호르몬 발생으로 인한 질병 유발과 주민들의 심리적 불안을 이유로 허가하지 않자 행정소송을 제기해 올해 3월 대법원에서 승소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