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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푸드]‘쓰디 쓴’ 한약, 상식을 깨다

입력 | 2007-07-06 03:00:00


‘이거 한약 맞아. 주스 아니야?’

2년 전 첫 아이를 낳은 김현숙(29) 씨는 지난달 한의원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툭하면 감기에 걸리는 딸에게 보약을 지어주려고 간 한의원 입구에 놓인 샘플 한약이 상상을 초월했다.

“투명한 흰색부터 빨강, 노랑, 초록색 등 오색 한약까지 정말 다양했어요. 어떤 한약은 맛이 달콤하고 초콜릿 향까지 났어요. 아이가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한약하면 약재를 달인 물로 색은 거무스름하고 맛은 쓰고 독특한 냄새가 나는 ‘탕약’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이런 상식을 깨는 다양한 한약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시간을 쪼개 사는 현대인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복용이 편리하고 휴대가 간편한 한약이 선보이고 있다. 액제, 정제, 환제, 과립제, 캡슐제… 등. 중국에선 액제, 정제는 물론 주사제, 패치까지 출시되고 있다. 참살이(웰빙) 바람이 불면서 위생과 안전을 겸비한 한약이 선보이고 있다. 이른바 ‘한약의 춘추전국 시대’다.

○600여 종 한약재 사용

한약이란 한의학의 이론에 따라 질병 예방이나 치료를 위해 천연물로 만들어진 약이다. 화학적 제제가 많은 양약과는 이 점에서 차이가 난다. 현재 국내에선 600여 종의 한약재가 쓰이고 있다. 약재는 크게 식물, 동물, 광물 등 세 가지로 구분되며 식물이 83%로 가장 많다.

같은 식물이라도 유통 및 관리 상태에 따라 식품이 되기도 하고 한약이 되기도 한다. 식품은 안전성만 확보하면 되지만 한약재는 일정한 치료 효과가 있어야 한다. 인삼차에 들어간 인삼은 식품이지만 탕약 속에 들어간 인삼은 한약재인 셈이다.

단군고기(檀君古記)에는 한약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곰이 마늘과 쑥을 먹고 인간이 되었다’는 기록으로 보아 이때부터 식물이 약재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유기농 한약재 등장, GAP 획득

한약재는 대한약전과 대한약전외한약(생약)규격집에 따라 의무적으로 안전성과 유효성 정밀검사를 받는다. 한의학계는 이런 규정보다 더 깨끗하고 안전한 한약재를 확보하기 위해 유기농 농법과 우수농산물관리제도(GAP)를 도입하거나 적용하는 추세다.

유기농 농법은 합성 화학물질을 쓰지 않고 자연산 비료 등을 쓰는 농법이다. GAP는 유기농 농법보다 한 차원 업그레이드 된 신개념의 농산물 관리 시스템. 한국생약협회가 종자부터 재배, 수확, 포장, 유통 등 전 단계에서 인체 유해요소 유무를 검사해 통과한 경우 인증해준다. 현재 황기, 당귀, 맥문동, 구기자, 작약, 오미자, 황금, 산약, 산수유, 율무 등 10여 종의 작물이 GAP 약재로 재배 중이다.

전국 10여 곳에서 GAP 한약재를 직접 재배하는 함소아한의원(www.hamsoa.co.kr) 최혁용 대표원장은 “위생, 안전, 효능 등 3박자를 갖춘 약을 먹는 것은 소비자의 권리”라고 말했다.

○한약의 다양화

한약은 약재의 특성 때문에 맛이 써서 먹기에 다소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아무리 효과가 좋아도 복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 이런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맛있고 먹기 쉬운 한약이 계속 나오고 있다.

기존 탕약의 약효와 성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먹기 좋게 초콜릿 향과 바닐라 향을 첨가한 ‘향기탕약’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아이들의 장(腸) 건강을 위해 건강기능식품에 쓰이는 ‘올리고당’으로 약하게 단맛을 낸 한약도 나왔다.

색동한약은 약재를 증류한 맑은 탕약에 천연 약재에서 추출한 빨강, 주황, 노랑, 초록 등의 빛깔을 입힌 것. 오미자로 붉은색, 진피로 노랑색, 치자로 주황색을 내서 주스처럼 마실 수 있게 만들어졌다.

이미 만든 탕약을 농축해 젤리나 사탕을 만들기도 한다. 먹기 편하고 휴대가 간편해 양약처럼 정해진 복용법에 따라 먹을 수 있어 인기다.

한약을 농축한 뒤 가루로 만든 과립제는 소화 흡수율이 좋고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짜먹는 한약은 요구르트 형태의 젤 타입으로 포장에서부터 약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입 안에 짜 넣으면 한약 성분이 든 알갱이가 입안에서 녹지 않고 식도를 넘어가면서 녹는다.

○산지와 시기 따라 약효 달라

일반인들이 좋은 한약재를 고르기는 쉽지 않다. 약재는 재배 시기와 산지, 가공법에 따라 성질과 효과가 크게 다르며 같은 약재라도 모양 등에 따라 질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약재 시장’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서울 경동시장. 하지만 약재에 대한 경험이 없고, 소량으로 살 예정이라면 한약 전문 백화점이나 농협 직판장, 한약국을 찾는 것도 방법이다. 재래시장보다 가격이 비싼 편이지만 편리하게 약재를 구입할 수 있다. 물론 믿을 수 있는 기관에서 부여한 검증 마크, 친환경 마크, GAP 마크 등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약재를 직접 보고 살 수 없다면 믿을 수 있는 한국생약협회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e-허브(www.e-herb.co.kr)나 경동시장 인터넷상인회(www.internetkyungdong.or.kr) 등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농림부에서 인증 받은 e-허브는 국산 한약재만을 판매하는 곳으로 생산자가 직접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