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홋카이도 라벤더농장
요즘 프로방스 스타일이 인기다.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역의 인테리어, 패션 등을 통틀어 프로방스 스타일이라고 부른다. 전원의 소박함과 보라, 민트 등 화려한 포인트 색상이 특징이다. 특히 보라색은 프로방스 스타일을 대표한다. 끝없이 펼쳐진 보라색, 라벤더 밭은 프로방스 지역의 트레이드마크이기 때문이다. 허브 향과 화장품에도 이 스타일이 퍼지고 있다.
프로방스의 향기를 가깝게 느끼고 싶다면 일본으로 눈을 돌려 보자. 일본 최북단 섬 홋카이도(北海道)의 후라노(富良野)는 아시아판 프로방스다. 온통 보랏빛이라 꿈인가 싶다. 따뜻한 햇볕과 신선한 바람의 홋카이도 날씨와 어우러져 라벤더 밭이 장관을 이룬다. 일본 최대 라벤더 밭을 지닌 도미타 농장을 찾아 아시아판 프로방스의 향기를 맡아 봤다.
○ 7월 중순 만개… 관광객 연 100만 명
삿포로(札幌)에서 차로 두 시간 반을 가니 멀리 보랏빛 물결이 눈에 띄었다. 도미타 농장은 입구마저도 프로방스 스타일이다. 직원들은 모두 보라색 옷에 앞치마를 둘러 이국적인 분위기를 더 했다.
도미타 농장은 약 12ha 규모. 절반가량인 6ha가 라벤더 물결로 덮여 있다. 누구나 푸른 물결과 금빛 물결은 봤을 테지만 보랏빛 물결은 처음일 게다. 생소한 물결이 마치 꿈을 꾸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라벤더가 만개하는 7월 중순경에는 보랏빛이 더욱 짙어져 사람이 몰린다. 캘리포니아포피, 금잔화, 애기금어초 등과 어우러진 무지개 들판도 인기다. 가을에는 샐비어, 코스모스 등 ‘가을빛 꽃밭’이 주목을 끈다. 심지어 겨울에는 온통 눈밭이라서 일부러 눈꽃을 보러 오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도미타 농장 하라다 게니치(原田健一) 부장은 “사계절 내내 꽃의 향기를 느낄 수 있도록 농장을 꾸몄다”면서 “연간 관광객 100만 명 가운데 20만 명은 외국인”이라고 설명했다.
도미타 농장이 처음부터 관광지로 떠오른 건 아니다. 이 농장은 1958년 라벤더 오일을 만들기 위해 조성됐다. 당시 후라노 지역의 라벤더 밭은 모두 200ha 규모였다. 1930년대 일본에 라벤더 오일과 향수가 들어왔지만 1950년대 이후에야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기 시작했다. 후라노의 라벤더 꽃밭은 1976년 일본 국철(JR) 달력에 도미타 농장의 보랏빛 물결이 실리면서부터 관광지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