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리를 꼿꼿이 치켜든 독 오른 뱀 앞에
개구리 홀로 얼어붙은 듯 가부좌를 틀고 있다
비늘 돋친 이 독한 세상마저 잊어버리려는 듯
투명한 눈을 반쯤 내려감은 채
마른 번개 널름거리는 캄캄한 아가리 속
꿈틀거리는 욕망이여, 온몸 징그러운 무늬의 삶이여
예서 길이 끝나는구나 벼랑 끝에 서고 보니
길 없는 깊은 세상이 더 가까워 보이는구나
마지막 한 걸음, 뒤에서 등을 밀어
그래, 가자 가자
신 한 켤레 놓여 있는 물가
멀리 깁고 기운 물갈퀴 하나
또 한세상 힘겹게 건너고 있다
―시집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민음사) 중에서》
누가 저 뱀 아가리를 피할 수 있겠는가. 아무리 쉬워 보이는 삶일지라도 날마다 발목을 삼킬 그 날치 늪이 기다리고 있는 법이다. 뱀 아가리를 피할 수 있는 자 아무도 없다. 그렇다면 꽃피는 피안은 영원히 불가능한가. 독 오른 뱀 앞에 가부좌를 튼 개구리가 선사처럼 외친다. ‘춤추며 뱀 아가리를 지나라!’ 독니 같은 네 두려움과 맞서 달아나지 않는다면 벽이 곧 문이며, 벼랑이 곧 길이라고.
시인 반칠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