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탈출해 남한에 정착한 뒤에도 2차례나 밀입북해 북한에 사는 아내를 몰래 찾아가 몇 개월씩 살면서 딸까지 낳은 30대가 구속됐다.
6일 국가정보원이 국가보안법상 잠입·탈출 등 혐의로 구속한 이모(30) 씨는 2003년 9월 함북 회령시에서 중국으로 건너가 먼저 탈북한 어머니, 누나와 합류한 뒤 이들과 함께 몽골을 거쳐 국내로 들어왔다.
이 씨는 한국 정부로부터 정착지원금 3000만 원과 임대아파트 입주자격까지 받고 서울에서 숙박업소 종업원 등으로 일했지만 남한에 와 보니 실제 돈 벌기가 힘들고 초라하다는 생각이 들어 아내와 두 자녀가 있는 북한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2004년 10월 관광 비자로 중국에 간 이 씨는 아내와 장모에게 선물로 줄 바지 2벌을 산 뒤 두만강을 건너 아내와 함께 8개월 동안 함북 회령, 청진 일대에서 장사를 하며 지냈다.
그러다 자신의 밀입북 사실이 알려져 남한에 있는 어머니와 누나가 피해를 볼 것을 우려해 2005년 6월 다시 중국을 통해 국내로 들어왔다.
이 씨는 2005년 12월 다시 중국으로 넘어가 1차 밀입북 때 임신한 아내가 낳은 딸의 옷을 산 뒤 또 한 번 북한으로 들어가 딸을 처음 만났다.
이 씨는 2006년 11월 국내에 다시 들어왔지만 올해 1월 초 북한에서 알고 지내던 최모 씨가 탈북을 시도하다가 태국에서 적발된 뒤 이 씨의 탈북 과정에 대해 진술하면서 ‘남북을 넘나든 이중생활’이 들통 났다.
국가정보원은 이 씨와 그의 누나 집에서 공민증과 북한에 있는 딸의 사진 등 밀입북을 입증하는 물건들을 찾아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