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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김창혁]임실군수

입력 | 2007-07-09 02:58:00


김대중(DJ) 전 대통령에겐 대중(大衆)과 유권자가 애증(愛憎)의 대상이었다. ‘경상도 농촌 유권자’들에 대한 감정이 특히 그랬다. ‘농가부채 탕감’은 DJ가 1971년 신민당 대선 후보 때부터 내세워 온 트레이드마크. 그런데 공약을 들을 때는 열렬히 박수를 치면서도 정작 투표할 때는 자신을 외면하더라는 것이다. 1992년 정계은퇴 선언을 하고 영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 DJ는 “내가 이런 국민을 믿고 정치를 하려 했으니…”라며 한(恨)을 토로했다고 한다.

▷DJ의 ‘한(恨)’은 자업자득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인류가 민주주의와 선거를 창안해 낸 이래 ‘대중의 판단력’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흔히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한다. 그러나 미국의 배우이자 작가인 L 톰린은 “미국인들 가운데 2%는 인간쓰레기인데 우리는 그들을 선거에서 뽑는다”며 ‘눈 먼 유권자들’을 질타하기도 했다. 이런 논란은 민주주의의 숙명인지도 모른다.

▷요즘 전북 임실군에선 “군수를 잘못 뽑은 우리가 부끄럽다”는 군민들의 자탄(自嘆)이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건설업자에게 공사를 맡기는 대가로 ‘2억 원 지급 보장 각서’를 받은 김진억(67·무소속) 군수가 5일 징역 5년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기 때문이다. 임실군은 김 군수를 포함해 민선 1기부터 4기까지 군수 3명이 모두 비리 혐의로 구속됐다. 군민들로서는 한숨이 나올 만도 하다.

▷김 군수는 보궐선거를 통해 처음 당선됐다. 전임자가 뇌물수수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는 바람에 실시된 보궐선거였다. 당시 김 군수가 후보로서 신고한 재산은 마이너스 24억 원. 한마디로 빚투성이였다. 그런데도 공약은 선심성이 대부분이었다. 그 정도였다면 임실 군민들은 좀 더 밝은 눈으로 살폈어야 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다. 대선이 5개월여 남았다. 군수야 보궐선거로 다시 뽑는다지만 대통령은 다르다. 탄핵을 당하거나 내란 및 외환의 죄가 없는 한 바꾸고 싶어도 바꿀 수가 없다. 선거가 끝난 뒤에 ‘손가락을 자르고 싶다’고 탄식해 봐야 소용이 없다.

김창혁 논설위원 c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