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이란 ‘사람이 들어가 살 수 있게 만든 건물’을 뜻한다. ‘삶’을 강조하는 개념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삶’의 의미보다 ‘재산’의 의미가 강해졌다. 집이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인식되면서,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은 더욱 요원한 일이 되었다. 심지어 많은 사람들이 ‘살기 위해 집을 마련하는지, 집을 마련하기 위해 사는지’ 헷갈릴 정도로 집을 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에서 알 수 있듯이 주택 공급은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집을 갖기 어렵다고 한다.
(단위: 천 호)
-2001년2002년2003년2004년2005년주택보유 수1만18921만23581만26691만29881만3223건설호수530667585464464자료: 통계청
주택과 관련된 통계 기준 중에 ‘주택보급률’이 있다. 주택보급률이란 총가구에서 단독가구(1명만 사는 경우), 집단가구(기숙사, 고아원 등), 외국인 가구를 제외한 가구 수, 즉 ‘일반 가구 수’에 대한 현존 주택 수를 말한다.
통계청과 건설교통부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주택보급률은 2002년 이후 100%를 넘어섰고, 2005년에는 105.9%에 이르렀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섰다는 것은 외형상 ‘1가구 1주택’ 시대로 들어섰다는 것을 뜻한다. 단순히 수치상으로만 보면 수요공급상 우리나라는 1가구 1주택 이상이 됐다는 뜻이다. 즉, 집을 필요로 하는 가구 수보다 공급이 많다는 말이다. 그런데 왜 내 집을 마련하지 못한 사람이 많을까?
주택보급률은 계산 방식에 문제가 있을뿐더러 주택 소유의 현실을 간과해 자칫 국민에게 주택 문제의 허상을 보여 줄 수 있다. 주택보급률을 산정할 때 총가구 수에서 독신자와 같이 혼자 사는 단독가구(1인 가구)와 친족관계가 없는 가구는 제외하고 있다. 만약 2005년 기준으로 단독가구 317만 가구와 비친족가구 22만6000가구를 모두 합친 전체 1588만7000가구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주택보급률은 83%로 떨어지게 된다. 국내 주택보급률 100% 달성은 누구를 위한 수치인지 잘 모르겠다.
주택 소유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것도 문제가 있다. 주택보급률이 비록 100%를 넘었지만 모두 자기 집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자기 집에 살고 있는 가구는 총 55.6%에 머물러 있다. 국민의 약 44%가 아직 자기 집을 갖고 있지 않다. 이런 현실은 5%의 국민이 26%의 집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이는 주택이 삶과 주거의 대상이 아니라 투기의 대상물로 전락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이 외에도 수도권 지역은 고질적인 주택 부족에 시달리는 반면 일부 지역은 공급 과잉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전국 주택보급률 100% 돌파’는 무의미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주택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 우리나라는 주택보급률이 105.9%임에도 불구하고 주택 자기소유율이 55.6%에 불과한 반면, 싱가포르는 주택보급률 112.6%에 주택 자기소유율이 92.3%이다. 싱가포르는 공공 주택의 보급이 매우 활성화되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의 주택은 크게 주택개발청(HDB)이 공급하는 공공주택과 민간주택으로 나뉘는데 싱가포르 국민의 86%가 공공주택에서 살고 있다. 우리나라의 공공주택이 35% 내외임을 감안할 때 싱가포르의 공공주택 비율이 무척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싱가포르는 전 토지의 90%가 국유지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현실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지만,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분명히 있다. 우리 정부도 주택 문제 해결을 위한 장기 계획을 세우면서, 공공 임대 아파트를 늘려 주택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참조). 이러한 공공 임대 주택의 확보 외에도 1가구 2주택 이상자에 대한 과세를 통해 주택을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을 억제해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는 내 집을 갖는 것이, 이후에는 조금 큰 집으로 이사를 가는 것이 인생의 목표인 양 허덕이며 살아가는 반면, 집을 갖는 것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닌 싱가포르인들은 집 대신 다른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적 지원이 도시별 삶의 질 비교에서 싱가포르가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우리도 점진적으로 ‘투자의 대상’에서 ‘주거의 공간’으로 집에 대한 의식을 전환하고, 자기 집을 마련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정책을 끊임없이 연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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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철 경희여고 철학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