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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한국색이 탈색된 아쉬운 실험…창작뮤지컬‘댄싱 섀도우’

입력 | 2007-07-11 03:02:00


차범석의 ‘산불’을 뮤지컬로 만든다는 시도는 그 자체로 화제였다. 게다가 에릭 울프슨, 아리엘 도르프만 같은 세계적인 명성의 제작진이 참여하고, 전례 없던 대규모 제작비(50억 원)가 투입된다는 소문이 돌며 ‘댄싱 섀도우’는 일찌감치 세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금껏 시도해 보지 않은 길을 가려는 프로듀서의 실험정신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가장 큰 매력은 역시 새로움에 대한 도전이 아닐까 싶다. 근래 보았던 어떤 창작 뮤지컬보다 ‘댄싱 섀도우’는 실험적이고 세련됐다. 아름다운 선율의 멜로디는 한참 동안 입가를 맴돌았고, 나무의 정령들이 등장하는 몇몇 안무나 시각적 이미지들은 신선했다. 김보경과 배해선의 연기도 좋았지만, 특히 김성녀의 노련함은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 주는 버팀목 역할을 했다. 연륜이란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 실감났다.

반면 잃은 것도 있다. 우선 작품의 정체성이다. 이제 우리 뮤지컬 작품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야 한다는 데에는 누구라도 공감할 것이다. 그러나 작금의 세계 뮤지컬 제작 경향이 탈지역화라기보다는 오히려 지역성의 무대적 승화를 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정체성의 혼란은 분명 아쉬운 부분이다. 인도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 ‘봄베이 드림스’나 아일랜드 스텝댄스가 나오는 ‘리버 댄스’, 프랑스식 감성이 담긴 ‘노트르담 드 파리’ 등이 대표적이다.

글로벌한 보편성은 작품의 주제와 메시지에 관한 것이지, 이야기의 배경이나 뿌리를 지워서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동양적인 북소리에 이어 등장한 탱고 리듬이 혼란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뒷이야기가 많은 작품을 만나는 것은 반갑다. 작가의 숨겨진 의도나 연출자가 감춰둔 수수께끼가 많아도 즐겁다. 반면 지나치게 장황하거나 계몽적인 메시지가 반복된다면 관객들은 지루해한다. 관건은 속도감을 잃지 않고 군더더기 없이 압축해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이제 막이 올랐으니 공연을 다듬으며 참고했으면 좋겠다.

한국 뮤지컬계에 있어 2007년은 전환의 해가 될 것 같다. 숨 가쁘게 달려오던 우리 뮤지컬 산업이 이제 시장의 팽창을 넘어 질적인 성숙도 꾀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시도가 있어야 대안도 모색되지 않겠느냐는 시각에서 ‘댄싱 섀도우’가 우리 공연가에 던진 화두는 분명 박수 받을 만하다.

대중성과 작품성을 고루 갖춘 창작 뮤지컬을 만나기 위해 앞으로 얼마나 많은 수업료를 더 지불해야 할지가 안타깝지만 말이다.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뮤지컬 평론가 jwon@sch.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