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끔 절망에 빠진다. 내일도 모레도 그리고 앞으로도 어려움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을지라도 해결될 날이 보이면 그토록 절망에 빠지지는 않는다. 이렇게 보면 절망이란 결국 미래의 해결책이 없을 때 우리의 마음속에 자리 잡는 것임이 분명하다. 逆으로 언젠가 해결될 가능성이 있다면 절망에 빠지지 않는다는 말이 된다.
氷解凍釋(빙해동석)이라는 말이 있다. 氷은 원래 빙이지만 요즈음은 氷으로 쓴다. 氷은 얼음이라는 뜻이다. 氷菓(빙과)는 얼음과자라는 뜻이다. 氷炭不相容(빙탄불상용)은 얼음과 숯은 서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말로 도저히 어울리지 못하는 사이, 화합할 수 없는 사이를 일컫는다. 炭은 숯, 相은 서로, 容은 받아들이다는 뜻이다.
解는 풀다, 풀리다라는 뜻이다. 凍은 춥다, 추위라는 뜻이다. 解凍(해동)은 추위가 풀리다라는 말이고 解氷期(해빙기)는 얼음이 풀리는 시기라는 말이다. 釋은 풀다, 풀리다라는 말이다. 解釋은 풀어내고 풀어내다는 말이 된다.
이상의 의미를 정리하면 氷解凍釋은 ‘얼음이 녹고, 추위가 풀리다’라는 말이 된다. 겨울을 살다보면 언제 얼음이 녹을까 싶을 만큼 춥다. 겹겹이 얼어있는 얼음을 보면 영원히 녹지 않을 것만 같다. 그러나 때가 되면 얼음은 흔적도 없이 녹아버린다. 강추위가 찾아오면 추위가 풀리는 날이 오지 않을 것만 같다. 때가 되면 추위도 스스로 풀려 버린다.
살다보면 생기는 고통과 고난도 때가 되면 이처럼 스르르 사라진다는 말이다. 어떠한 고통과 고난도 언젠가 얼음처럼 추위처럼 사라진다는 말을 믿으면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은 없다. 어려움이 찾아오면 氷解凍釋이라는 말을 가슴에 담아보자.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