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가운데)가 10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대선주자 간 고소 고발 사태에 대해 “고소장을 들고 검찰로 가는 게 경선 승리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면 착오”라고 말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이 이 전 시장 친인척의 부동산 의혹 등을 둘러싼 각종 고소 고발을 취하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르면 11일 핵심 고소인인 이 전 시장의 처남 김재정 씨가 고소를 취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 지도부의 소 취하 압박이 계속되고 있는 데다 취하 여부를 놓고 캠프 내 혼선이 장기화되면 “뭐가 있기는 있는 것 아니냐”는 인식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 캠프 내에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강재섭 대표는 10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나와 “당이 정권 창출을 못하도록 자살골을 넣는 분이 있다면 그런 분들은 제명 등의 방법으로 축출해야 한다”며 전날 제기한 소 취하 요구의 강도를 높였다. 지도부는 11일 최고중진연석회의를 열어 다시 한 번 이 전 시장 측에 소 취하를 요구할 계획이다.
이 전 시장 캠프는 당초 이날 오후 선대위 부위원장 연석회의를 열어 소 취하 여부 등을 논의하려 했으나 이를 11일로 연기했다. 소를 취하해야 한다는 사람들과 반대하는 사람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박희태 선대위원장은 고소를 취하하는 대신 논란의 핵심인 김 씨의 서울 강남구 도곡동 땅 관련 의혹을 해명할 수 있는 자료를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 씨의 소송대리인인 김용철 변호사는 10일 “당장은 소를 취하할 생각이 없지만 이 전 시장 캠프 측이 취하를 결정할 경우 (김 씨가) 이를 받아들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날 통화에서 “김 씨가 몸이 아파서 검찰 소환에 잠시 출석을 미루는 것도 일각에서는 뭔가 숨기는 것이 아니냐고 의심하는 상황에서 자발적으로 소를 취하하면 더 의심할 것”이라며 “우리는 명예 회복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인척 간에 우리 뜻대로 ‘마이 웨이’만 할 수 있겠나. 캠프 측에서 정치적인 해결책으로 당의 뜻에 따라 (취하)하는 게 좋겠다고 결정되면 그렇게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해 이 전 시장 캠프의 결정에 따를 것임을 시사했다.
한편 박근혜 전 대표 측 김재원 대변인은 “청문회를 앞두고 무조건 고소를 취하하면 그 순간 우리는 적(범여권)에게 심장을 드러내 놓고 쪼아 먹기를 기다리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