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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이 씨 “한국 여성이란 것, 단점 아닌 경쟁력”

입력 | 2007-07-11 03:02:00

아르헨티나 방송국 ‘텔레페 TV’의 뉴스 메인 앵커를 지낸 황진이 씨. 정미경 기자


“이제 ‘차이’는 콤플렉스가 아니라 경쟁력입니다.”

아르헨티나 최대 민영방송인 ‘텔레페 TV’의 뉴스 앵커를 지낸 황진이(30) 씨는 동양인 여성으로 아르헨티나 언론계에서 성공을 거둔 비결을 이렇게 설명했다.

황 씨는 10∼13일 여성가족부 주최로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미국 캐나다 등 북미 지역에서 아시아계 앵커들이 주목받는 것과는 달리 남미 언론계에서는 동양인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황 씨는 1998년 대학 졸업 직후인 21세에 텔레페 뉴스 메인 앵커로 발탁돼 한인 사회는 물론 아르헨티나에서 큰 화제가 됐다.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지 않아 언어가 완벽하지 못해요. 서양인 얼굴에 비해 TV 카메라도 잘 안 받는 편이고요. 그러나 이런 단점을 감추는 것보다는 활용하려고 애썼습니다. ‘남과 다르다는 것’이 오히려 무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는 ‘남미 최초의 한인 여성 앵커’라는 묵직한 타이틀과는 달리 톡톡 튀는 외모와 화술로 이번 대회에 참석한 한인 여성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고 있다.

“처음 앵커 활동을 시작하면서 TV 화면에 나가는 제 이름 아래 ‘코레아나(Coreana·한국 여성)’라는 자막을 넣자고 요구했습니다. 동양인 하면 으레 중국인이나 일본인으로 생각하거든요. 덕분에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나를 보고 이름보다 ‘코레아나’라고 부르죠.”

자신의 독특한 한국 이름에 대해 “조선시대 팔방미인 황진이보다 더 훌륭한 여인이 되라고 부모님이 지어 주신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부모는 현재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건설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7세 때 아르헨티나로 이민 간 황 씨는 국립방송대학을 졸업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이 학교를 다녀야만 앵커 자격이 주어진다. 그는 매년 경쟁률이 300 대 1이 넘는 방송학교에서 수석 입학에 수석 졸업이란 진기록을 남겼다. 방송학교에 다니면서 국립부에노스아이레스대(UBA) 로스쿨을 우등 졸업하고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2005년 여름 아르헨티나인인 현재의 남편과 결혼한 그는 지난해 말부터 방송 일을 잠시 쉬고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대형 로펌에서 기업법 관련 소송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30세 이전에 여러 가지 일에 도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랜 외국 생활에도 한국말이 유창한 황 씨는 2005년 ‘아르헨티나 이민 40주년 교민 행사’에서 사회를 맡는 등 한인 사회 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욕심도 많고 꿈도 많은 그에게 ‘궁극적으로 무슨 일을 하고 싶으냐’고 묻자 “언젠가는 한국에 돌아와 남미지역과 가교를 쌓는 일을 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