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떼가 무서워서 저녁시간에는 외출하기가 겁납니다.”
무더위가 한창인 요즘 인천 송도국제도시 주민들이 모기떼로 인한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송도국제도시 풍림 아이원 아파트에 살고 있는 윤모(42) 씨는 며칠 전 윗집에 사는 친구와 아파트 인근 어린이공원에서 음료수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다 10여 분 만에 허벅지 등 10여 곳을 모기에 물렸다.
윤 씨는 8일 오후 7시경 유모차에 막내(1세)를 태우고 큰딸(9세)과 지난달 문을 연 해돋이공원에 갔다가 모기의 공격을 받고 20분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금호아파트에 사는 주부 조정란(33) 씨는 “아이들이 몸이 성한 곳이 없을 정도로 모기에 물려 고생을 하고 있다”며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연수구가 방역을 소홀히 해 주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 때문에 지난달 19일 개장한 송도국제도시 해돋이공원 등에는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모기에 물리지 않기 위해 주민들이 긴팔 셔츠 등을 입고 산책이나 운동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매일 저녁 자전거를 탄다는 주민 최우철(44) 씨는 “아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다 모기가 극성을 부려 집으로 돌아오기 일쑤”라며 “국제도시란 이름에 걸맞은 방역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은 “해돋이공원 내 연못에 모기 유충을 잡아먹는 붕어 등의 물고기를 키우지 않아 모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인천에서는 최근 2년 동안 말라리아 환자가 4배가량 급증하고 있어 방역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인천 지역 말라리아 환자는 2004년 107명, 2005년 220명, 지난해 464명 등 해마다 늘고 있다.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은 “지난해 8월 1일부터 15일까지 30여 명의 말라리아 환자가 무더기로 발생했다”며 올해도 각별히 유의해 줄 것을 당부했다.
송도국제도시 방역을 맡고 있는 인천 연수구 보건소 관계자는 “모기떼가 극성을 부리지 않도록 철저한 방역 계획을 세워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