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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한국, 언론자유-法治후퇴했다”

입력 | 2007-07-12 03:00:00


세계은행은 한국이 지난해 국정관리의 6개 항목 중 언론자유, 규제, 법치, 정치안정, 부패통제 등 5개 부문에서 후퇴했다는 ‘국정관리지수’ 보고서를 발표했다. 빈약한 치적을 분칠해 자화자찬하기에 바쁜 현 정부 사람들은 세계은행이 매긴 이런 ‘국정 점수’에 일말의 부끄러움이라도 느껴야 할 것이다.

몇 달 전 발표된 세계은행의 기업환경보고서는 규제환경 분야에서 세계 175개국 가운데 한국의 순위를 116위로 매겼다. 경제·교역규모 세계 10위권이라는 국가 위상과 동떨어진 결과다. 거미줄 같은 규제는 투자의 감소로 이어져 2005년의 국내 신설 법인 수와 공장 설립 건수가 2003년에 비해 각각 24%, 32% 줄었다. 더 심각한 것은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이른바 브릭스(BRICs)에 비해서도 규제 완화 속도가 더디다는 점이다. 지나친 수도권 규제는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대학입시를 틀어쥐고 간섭하다가 대학들의 집단 반발을 자초한 것도 정부의 규제만능주의 탓이다.

대통령이 앞장서 헌법을 조롱하고, 실정법을 반복적으로 어기며, 헌법재판소와 선거관리위원회 등 헌법기관의 결정을 무시하는 언행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법치가 튼튼해졌다고 평가될 리 없다. 특히 대통령의 가벼운 말이 법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일부 단체의 법과 질서를 무시한 폭력 시위도 법치 지수에 나쁜 영향을 미쳤다.

현 정부가 두 차례에 걸쳐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은 기자실을 없애고 공무원에 대한 취재를 제약하는 것이다. 국제언론인협회(IPI)와 세계신문협회(WAN)로부터도 언론자유를 후퇴시키는 정책이므로 즉각 철회하라는 지적을 받았다.

세계은행은 6개 항목 중 정부효율성 지수만 소폭 개선된 것으로 평가했다. 우리의 시각에서 보자면 이 부문도 흔쾌하지가 않다. 현 정부는 집권 4년 동안 공무원을 5만 명이나 늘리며 재정 지출을 확대하기에 바빴다.

좋은 정부, 올바른 정책은 선진 사회로 가기 위한 필수적인 인프라다. 우리나라는 지금 경제규모는 커지는데 국정관리지수는 뒷걸음질 치는 퇴행성(退行性) 질환에 걸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