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체험학습 시설 ‘키자니아 도쿄’에서 의사 복장을 하고 모의 수술을 하거나(위 사진) 리소나 은행이 연 금융체험교실에서 현장 실습을 하고 있는 초등학생들. 사진 제공 아사히신문
‘자라나는 학생에게 돈과 세상을 가르치자’는 프로그램이 일본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직업 체험형 교육시설을 만들거나 교실에서 금융 교육을 하는 등 방식도 다양하다. 최근 잇따라 문을 연 이 같은 프로그램에는 학생들의 호응이 높을 뿐 아니라 관련 기업이나 정부 기관들도 협력을 아끼지 않는다.
▽직접 가게 운영, 체험형 직업교육=교토(京都) 시 교육위원회가 1월 폐교를 개조해 문을 연 체험형 학습시설 ‘교토 배움의 거리-생활탐구관’. 벌써 교토시내 101개교가 참여했을 정도로 성황이다.
이곳에서는 초등학생들이 은행이나 반찬가게, 편의점을 운영한다. 상품 매입부터 접객, 계산대 관리는 물론 하루 장사가 끝난 뒤의 결산도 직접 한다.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에서는 학생이 연수입이나 가족 구성 등 조건을 정하고 전력회사나 수도국, 신용금고 등 19개 부스를 돌며 정보를 수집한다. 식비와 광열비를 계산하거나 수입 범위 내에서 주택 대출을 받으며 생활설계 능력을 몸에 익힌다. 도쿄(東京) 시나가와(品川) 구는 기업에서 협찬을 받고 빈 교실을 이용해 4년째 ‘시티’라는 이름의 체험학습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이 조를 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가게를 연다. 상품 가격에서부터 회계, 홍보까지 직접 하며 협동을 체험하고 책임감을 익힌다. 가끔은 도산하는 가게도 생긴다. 민간 시설로는 도쿄 도요스(豊州)에 지난해 10월 개장한 체험형 놀이공원 ‘키자니아 도쿄’가 인기를 끌고 있다. 몇 달 전 예약은 필수다.
어린이들은 기자, 아나운서, 의사, 판사, 소방수, 헤어 디자이너 등 50개가 넘는 직업을 진짜와 다름없는 시설에서 체험한다. 직접 가운을 입고 환자를 간호하거나 카메라 앞에서 앵커 멘트를 낭독해 본 어린이들은 “놀이공원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다”고 입을 모은다.
미래의 고객을 선점하려는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스폰서 역할을 하는 것도 특징. 신문사는 아사히신문, 햄버거 가게는 모스 버거, 백화점은 미쓰코시가 부스를 설치해 운영에 참여하는 식이다.
▽“금융 교육으로 ‘경제 교양’ 키운다”=“어제 엔-달러 환율은 118엔, 오늘은 120엔이다. 자동차회사와 식품회사 중 어느 주식을 사야 할까?” 교사의 질문에 학생들은 “자동차회사”라고 입을 모은다.
교사가 이유를 묻자 “엔저로 수출산업이 유리해지니까”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다시 교사가 ‘국채’ ‘지방채’ ‘사채’ ‘세계은행채’의 특징과 ‘리스크와 리턴(위험과 수익)’에 대해 설명한 뒤 “지금 100만 엔이 있다면 무엇을 사겠느냐”고 묻자 학생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긴다.
4월부터 시작된 후쿠오카(福岡) 시 다이세이(泰成) 중학교의 3학년 ‘종합학습’ 수업 장면이다. 학생에게 미래의 소비자로서 필요한 금융지식, 정보처리 능력, 사고력, 판단력과 국제인으로서의 자세를 기르는 게 수업의 목적이다.
재단법인 일본 경제교육센터에 따르면 주식을 사용한 수업은 도쿄와 교토의 일부 공립중학교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일찌감치 주식 교육을 하는 학교가 적지 않은 데 비해 일본 학생들은 ‘파이낸셜 리터러시(경제적 교양)’가 떨어진다는 문제의식이 배경이 됐다고 설명한다. ‘살아가는 힘’을 몸에 익히는 것은 수험공부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
도쿄 도 하치오지(八王子) 시도 내년부터 시내 초등학교 10개교에서 금융경제 교육을 시범 실시할 예정이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