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우아함과는 거리가 멀다. 아침에 아무리 공들여 꾸민들 뭐하나. 땀이 줄줄 흐르면 어느새 잘 다려 놓은 블라우스가 엉망이 된다. 여름철에 고도의 패션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소재에서 색상, 무늬까지 나도 시원하고 남에게도 시원해 보이는 옷을 골라야 햇볕 아래 ‘킹카’, ‘퀸카’로 거듭날 수 있다. 삼성패션연구소 노소영 선임연구원은 “비즈니스맨은 더운 여름에도 흐트러짐 없는 스타일을 유지하는 게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 쿨 비즈 룩, ‘아저씨’처럼 안 입는 법
남성 직장인에게 여름철 패션은 까다롭다. 슈트를 입자니 갑갑하고, 셔츠에 바지만 입자니 허전하다.
공무원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넥타이를 매지 않는 ‘쿨 비즈(cool biz)’ 룩이 권고 사항이 되면서 스타일링은 더욱 어려워졌다. 넥타이에 갇혀 있을 때보다 시원하긴 하지만 패션 감각과는 거리가 먼 ‘아저씨 작업복’을 입은 것처럼 보이기 십상이다. 스타일이 구겨지면서 전문성이 떨어져 보이기도 한다.
비즈니스맨의 전문성을 살리면서도 세련된 이미지를 유지하고 쉽다면 세 가지만 기억하자. 라인은 몸에 붙게, 색상은 화사하게, 소재는 시원하게.
‘띠어리 맨’ 상품기획담당 신민욱 과장은 “헐렁하지 않고 몸의 라인을 살려 주는 셔츠를 택해야 넥타이를 매지 않아도 정돈된 느낌을 준다”면서 “핑크색 셔츠, 하늘색 넥타이 등 포인트 색상을 정하면 멋스럽다”고 덧붙였다.
색상은 밝은 색이 젊어 보인다. 옅은 핑크색이나 보라색, 흰색에 스티치 무늬가 들어간 셔츠 등은 발랄해 보인다. 특히 옅은 핑크색은 40, 50대에게도 의외로 어울리는 색.
반팔 셔츠만 입을 때에는 액세서리로 포인트를 줄 수 있다. 가죽 끈 시계보다는 메탈로 된 스포츠형 시계가 시원해 보인다. 태그호이어는 블랙 시계판과 메탈 끈이 특징인 ‘아쿠아레이서 페어 워치’를 선보이고 있다.
주요 신사복 브랜드들은 여름철에 입기 좋은 다양한 여름 슈트 소재를 내놓고 있다. 띠어리 맨은 밝은 회색의 서머울(여름용 울 소재)과 주름가공으로 몸에 달라붙지 않는 ‘시어서커(지지미)’ 소재 슈트를 내놓고 있다. 몸에 딱 맞는 디자인이 특징.
제일모직 로가디스는 ‘언컨 슈트’를 내놓고 있다. 언컨 슈트는 신사복의 형태를 잡아 주는 심지를 뺀 언컨스트럭티드 슈트(uncostructed suit)의 줄인 말이다. 일반 신사복보다 무게가 100g가량 가볍고 바람이 잘 통하는 게 특징.
세미정장에 어울리는 여름 재킷은 흰색이나 베이지색이 시원해 보인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