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똥구리의 생각
- 이건청
쇠똥구리가 쇠똥을 굴리고 가다가 잠시 멈춘다. 지금 내가 거꾸로 서서 뒷발로 굴리고 가는 저것은 풀밭이다. 이슬에 젖은 새벽 풀밭 위로 흐린 새 몇 마리 떠갔던가, 그 풀밭 지나 종일을 가면 저물녘 노을에 물든 이포나루에 닿을까. 거기 묶인 배 풀어 타고 밤새도록 흐르면 이 짐 벗은 채, 해 뜨는 바다에 닿을 수 있을까.
- 시집 '소금창고에서 날아가는 노고지리'(서정시학) 중에서》
쇠똥구리님! 혹시 굴리던 쇠똥 던져두고 획 날아가 버리는 건 아니겠죠? 당신이 굴리고 가는 것이 저 푸른 풀밭 전체라는 걸 압니다. 쇠똥을 잘게 부수어 거름을 주고, 기생충을 없애고, 땅심을 돋우는 천하장사 농부님, 당신이 굴린 것이 냄새나는 쇠똥 경단이 아니라 건강한 땅공(地球)이었음을 우리는 잘 알지요. 짐을 벗어던진다고 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짐이 곧 날개인 걸 알려 준 것도 당신이었지요. 우리를 ‘해 뜨는 바다’로 이끌어 주는 것이 우리가 날마다 굴려온 힘든 일상인 것을 잘 알다마다요.
반칠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