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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눈/후지와라 기이치]아베 정권의 落日

입력 | 2007-07-13 03:08:00


참의원 선거 일정이 공표됐다. 5월경까지도 자민당과 공명당 연합이 참의원에서 과반수를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50%를 넘었던 여당 지지율이 지금은 30%로 떨어져 선거에서 패배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우선 누가 봐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들어 ‘낡은 자민당’이 부활한 사실이 명백해졌기 때문이다. ‘자민당을 깨부순다’고 공언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때는 전통적으로 야당 지지층이던 도시 유권자들이 자민당에 몰표를 던졌다. 그 결과 고이즈미 총리는 2005년 총선에서 지축을 흔드는 압승을 거뒀다.

이런 고이즈미 정권을 계승한 아베 정권 들어 자민당은 부서지기는커녕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사임한 규마 후미오(久間章生) 전 방위상이나 자살한 마쓰오카 도시카쓰(松岡利勝) 농수산상은 모두 자민당의 전통적인 ‘이익 유도형 정치’를 대표하는 존재다. 유권자들이 ‘낡은 자민당’의 부활을 보면서 다시 멀어져 버린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자민당의 경제정책이 국민 생활을 위협하는 것처럼 비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고이즈미 정권 초기 일본 경제는 장기 불황에 신음했기 때문에 희생을 요구하는 개혁을 추진해도 국민의 지지를 모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경제가 부흥해도 급여 수준은 바닥을 헤매며 지방은 여전히 불황에 허덕인다.

원래 고이즈미 정권의 경제정책은 규제 완화를 위주로 한 신자유주의 노선이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소득격차가 확대되기 마련이다. 경제가 살아나는데도 소득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아베 정권을 향해 쏟아지고 있다.

이런 마당에 연금 문제가 폭발했다. 이미 낸 연금 중 기록에서 누락된 부분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노후 생활에 불안을 느껴 온 연령층의 불안감이 일시에 끓어올랐다. 그런데도 대책 마련에 늑장을 부리는 바람에 연금 문제는 아베 정권에 대한 신임을 붕괴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이대로는 여당이 참의원에서 과반수를 잃을 뿐 아니라 참의원의 제1당 지위까지 민주당에 빼앗길지 모른다,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아베 총리가 퇴진 위기에 몰릴 가능성도 있다. 퇴진하지 않는 경우에도 참의원 의장과 주요 위원회의 위원장 자리를 민주당에 빼앗겨 법안 추진이 불가능해질 것이다.

심지어 여당 연합을 지속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고이즈미 총리 시절 자민당과 공명당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했지만 아베 정권 들어 균열을 보여 왔다. 연합을 유지해도 과반수가 되지 않는다면 연합은 무의미해질 수밖에 없다. 공명당이 연립에서 떨어져 나가면 총선거를 피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그러나 아베 총리의 정책에 대한 반대가 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미 교육기본법을 개정했고, 방위청을 방위성으로 승격시켰으며, 국민투표법을 통과시켜 헌법 개정을 위한 제도를 정비했다. 20년 전이라면 생각하기조차 힘든 법안이 모두 통과됐는데도 반대는 극히 적었다. 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미국 의회의 결의와 6자회담에서 일본의 고립 등 외교 문제도 일본 국내에서 전혀 쟁점이 되지 않는다. 정부에 대한 불신은 높지만 여야의 정책 사이에는 큰 차이점이 보이지 않는다.

2005년 총선거에서 압승한 자민당은 이제 정권을 잃을 위기에 놓여 있다. 다만 자민당이 선거에 졌다고 해서 정책이 바뀔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이것이 참의원 선거를 앞둔 일본 정치의 기묘한 풍경이다.

후지와라 기이치 도쿄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