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든 존슨 전 대통령의 부인 버드 존슨 씨(왼쪽)가 1963년 남편과 함께 텍사스 주 댈러스에서 전임 대통령 존 F 케네디 부인 재클린 케네디 여사(오른쪽)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 연합뉴스
린든 존슨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인 버드 존슨 씨가 11일 노환으로 숨졌다. 향년 94세.
존슨가(家)의 엘리자베스 크리스천 대변인에 따르면 존슨 씨는 이날 가족과 친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텍사스 주 오스틴의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 그는 2002년 뇌중풍(뇌졸중)에 걸린 뒤 언어장애를 겪어 왔다.
존슨 씨는 환경 보전과 국토미화 작업에 헌신적으로 뛰어든 대통령 부인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텍사스 주의 부유한 농장에서 태어난 고인은 ‘야생화를 남편만큼이나 사랑한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였고 이런 자연에 대한 열정을 정책으로 옮겼다.
1965년 3억2000만 달러의 예산이 투입되는 ‘고속도로 미화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의회에 나가 연설을 했고 직접 거액의 후원금을 끌어 모았다. 이 법안은 ‘레이디 버드 법안(Lady Bird Bill)’이라고 불린다.
남편을 도와 정치 활동에 적극 참여한 힘 있는 인물이기도 했다.
대학 시절 대중연설이 두려워 졸업생 대표연설의 명예까지 마다한 그였지만, 정치가인 남편을 위한 각종 정치행사와 선거운동에는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4일간 47번이나 연설에 나선 적도 있다.
그는 또 베트남전쟁의 전세 악화로 여론의 비판에 시달리는 남편을 격려하며 차분히 내조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사업 수완도 뛰어났다. 1942년 사들인 오스틴의 작은 라디오 방송국을 탄탄한 TV 방송국으로 키워 냈고 부동산, 은행업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존슨 전 대통령은 그런 부인을 ‘우리 집안의 두뇌이자 자산’ ‘이상과 원칙, 지성, 고상함의 소유자’라고 부르며 신뢰했다.
존슨 씨는 남편이 1973년 사망한 뒤 텍사스로 돌아와 저서 ‘백악관 일기’ 집필과 환경운동에 시간을 쏟았다. ‘자유의 메달’ 등 각종 상을 받기도 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