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제한적 지표만으로 순위 결정 국내 대학평가 방식 문제 있다”

입력 | 2007-07-13 03:08:00


대교협, 대학평가 정책포럼서 지적

국내외 기관들이 실시하는 대학 평가 방식이 정확한 지표를 반영하지 못해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12일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에서 ‘글로벌 대학평가 정책포럼’을 개최하고 대학 순위 평가의 문제점과 현황을 논의했다.

이영학 대교협 선임연구원은 ‘세계 대학 순위 평가의 실제’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대교협, 중앙일보, 더 타임스, 유에스뉴스 앤드 월드리포트(유에스뉴스) 등 국내외 기관이 실시 중인 대학 평가 시스템 분석 결과를 밝혔다.

이 선임연구원은 “총체적으로 대학을 평가하는 지표를 설정하기보다는 자료 수집이 쉬운 지표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평가 결과가 대학의 다양한 면을 반영하지 못하고 ‘수박 겉 핥기 식’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평가 결과를 발표할 때 이런 문제점이나 지표의 의미 등을 명확히 밝히지 않으면 발표된 순위가 마치 대학 전반의 경쟁력을 나타내는 것처럼 오해를 부를 수 있다”면서 “다양한 형태의 대학을 제한적인 지표로 수치화해 평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 선임연구원은 △학생 교육을 얼마나 잘 하느냐보다 우수 학생을 얼마나 확보했느냐에 따라 순위가 결정되는 시스템 △높은 점수를 받은 대학들은 수준 차가 크지 않은데도 순위를 매겨 민감해지는 점 △대학 경쟁력 평가에 대한 올바른 정의가 없는 점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순위가 아닌 단계로 결과를 발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평가기관별 특징과 관련해 이 연구원은 유에스뉴스 등은 평가 지표에 만족도와 평판도를 모두 포함하고 있지만 중앙일보는 평판도만 포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앙일보는 외국과 달리 순위 시스템 지표에 학생의 수준을 포함시키지 않거나 중복된 성격의 지표가 많아 동일 영역 내에서 상관이 높은 지표들을 중심으로 지표 수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더 타임스의 대학 평가 업무를 대행하는 영국의 대학평가 조사기관 QS의 벤 소터 수석 조사관도 대학 평가가 교육의 질적 수준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소터 조사관은 “영미권 국가의 대학 평가는 상위권에 편중돼 있고, 평가지표도 지나치게 이공계 중심으로 만들어져 교육수준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면서 “‘다른 대학 평판 평가(Peer Review)’나 ‘기업 인사담당자 평가(Recruit Review)’도 임의적이고 불충분한 대답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호주 대학들이 실제보다 고평가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호주 대학들이 홍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높은 순위가 나온 것 같다”면서 홍보가 순위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인정했다.

국내 대학들도 외국 평가기관에 대학을 얼마나 알리느냐가 대학 순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뒤늦게 파악했다. 최근 더 타임스 평가를 앞두고 QS를 상대로 홍보전을 펴거나 광고를 싣는 방안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식 대교협 사무총장은 “대학교육에 대한 기업 등 사회의 요구를 반영해 대학의 특성화와 사회 기여도 중심으로 대교협 평가방식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대학 평가의 객관성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되면서 각국에서는 대학 평가를 거부하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대학 평가 지표는 부족한 반면 평가 결과가 미치는 영향력이 점점 커지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 때문이다.

미국 10여 개 대학 총장은 4월 유에스뉴스가 매년 발표하는 대학 랭킹 평가를 집단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평가가 다양한 전공과 학문의 깊이를 반영하지 못한다며 잡지가 배포한 기초자료 작성을 거부했다.

주요 인문교양대학 총장 80여 명은 6월 유에스뉴스의 대학 서열 조사에 더는 응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