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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보호법 적용 어떻게… 중소기업 100곳 설문

입력 | 2007-07-13 03:08:00


“전원 정규직 전환” 100곳중 18곳뿐

비정규직을 채용한 중소기업의 18%만이 비정규직 보호법이 자사(自社)에 적용되는 시기가 오면 비정규 직원 모두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

546만 명(2006년 기준)에 이르는 비정규직 가운데 93.2%인 508만 명이 종업원 300명 미만의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중소기업 비정규 직원 중 상당수가 내년 7월 이후 직장을 잃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등 노동시장에 큰 혼란이 예상된다.

본보 취재팀이 내년 7월 1일 이후 비정규직 보호법의 적용을 받는 중소기업 100개사를 대상으로 10일부터 12일까지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같이 밝혀졌다.

이번 조사는 대한상공회의소가 발간한 ‘2007년 전국기업체총람’에 있는 종업원 300명 미만 중소기업을 무작위로 추출한 뒤 비정규직이 있는 100개 중소기업을 찾아내 전화 설문방식으로 진행했다.

○노동시장 대혼란 가능성 높아

이번 조사 결과 조사대상 100개 중소기업 중 18개사만이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 이후 기존 비정규 직원 모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답했다.

또 △31개사는 비정규직 중 10% 미만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고 △10∼19% 전환 3개사 △20∼29% 전환 4개사 △30∼39% 전환 4개사 △40% 이상 100% 미만 전환 20개사 △미정 및 무응답 20개사였다.

압도적으로 많은 중소기업에서 상당수 비정규 직원이 회사를 떠나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는 직무를 어떻게 바꿀 것이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46개사가 ‘2년마다 새로운 비정규직으로 교체’라고 응답했고 16개사는 ‘비정규직을 없애고 외주 용역화하겠다’고 답했다.

5개사는 정규직이지만 월급이 낮은 직무급제, 이른바 ‘중규직’을 도입하겠다고 했고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는 회사도 33개사나 됐다.

이 같은 조사결과는 비정규직 보호법 확대 이후 이랜드 사태 같은 노사분쟁과는 비교할 수 없는 큰 충격파가 중소기업에 닥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우려를 뒷받침하는 것이다.

이 법은 올해 7월 1일부터는 300명 이상 대기업을 대상으로 시행됐으며 내년 7월 1일부터는 100명 이상 300명 미만의 중소기업, 2009년 9월부터는 5명 이상 100명 미만 중소기업으로 각각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현실을 감안해서 법 보완해야

비정규직 전환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서는 37개사가 ‘비정규직의 단순한 업무 성격 때문’, 30개사가 ‘비용 때문’이라고 답했다.

조사에 응한 중소기업의 사장이나 인사 담당자들은 응답을 하면서 한결같이 불만을 털어놨다.

이들은 “법을 보완하지 않을 경우 당초 취지와는 달리 오히려 노동시장을 불안하게 하고 다수의 비정규직은 임금이나 고용 사정이 지금보다 더 열악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기업이나 공공부문의 비정규직만 혜택을 보는 법이라는 주장이다.

봉제가공업체 A사의 하모(45) 사장은 “대기업은 돈도 많고 정부가 무서워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만 노동집약적인 중소업체는 그렇게 하면 문을 닫아야 한다”며 “비정규직보호법이 수많은 비정규직에게 지금보다 더 열악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정부가 중소기업에 대한 면밀한 실태 파악 없이 비정규직보호법을 밀어붙인 측면이 있다”며 “현실을 감안한 법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양극화 심화시킬 수도

비정규직보호법이 중소기업의 현실을 감안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입증됐다. 이번 조사에 응한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수요에 따라 성수기에만 일하거나 본인 사정 때문에 원해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직원이 많다”고 지적했다.

한 봉제업체 관계자는 “단순 노무직마저 정규직으로 전환해서 고정 인건비 부담이 늘면 회사가 어려울 때 직원 수를 줄이지 못해 회사가 문을 닫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생활비나 자녀의 과외비를 벌려는 주부와 같은 단(短)시간 노동자들은 본인이 정규직 전환을 원치 않는 경우도 많다. 한 소프트웨어 업체 임원은 “학업, 투잡(two job) 등의 이유로 정규직 전환을 원치 않는 비정규직 프로그래머도 상당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 비정규직의 계약 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지 말고 3년으로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부 중소기업인들은 “인건비 상승으로 문을 닫을 바에야 차라리 불법적으로 비정규직을 계속해서 고용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상우 한국경영자총협회 경제조사팀 전문위원은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는 중소기업에서는 해고가 조용하게 이뤄질 것”이라며 “지금보다 훨씬 심각한 양극화 사회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본보 설문조사에 응한 100개 중소기업 (회사 이름은 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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