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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싹트는 교실]매주 수요일은 이웃 돕는날 서울 영서중학교

입력 | 2007-07-13 03:08:00

서울 구로구 구로동 영서중학교 학생들이 영등포에 위치한 무료 급식소 ‘토마스의 집’에서 노숙인과 장애인을 위한 식사 준비를 하고 있다. 이 학교 학생들은 매주 수요일을 ‘봉사활동의 날’로 정하고 다양한 자원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홍진환 기자


《“학생∼ 여기 반찬 좀 더 갖다 줘.” “네. 밥도 더 드릴까요?”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3가 ‘토마스의 집’은 노숙인 장애인 등을 위한 무료 급식소. 하루 300여 명의 식사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절실하다. 서울 구로구 구로3동 영서중학교 학생들은 지난해 3월부터 수요일마다 이곳에서 5∼7명씩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오전 9시 토마스의 집에 도착한 학생들은 앞치마를 두르고 음식 재료 준비를 거들었다.》

낮 12시가 넘자 본격적으로 손님이 몰리기 시작했다. 봉사하는 학생들의 손길도 바빠졌다. 수저를 놓고, 식판에 반찬을 담고, 식판을 나르고, 부족한 밥과 반찬을 더 날라다 주느라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박유정(15) 양은 “6시간 동안 계속 서서 일을 하느라 힘들었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일을 하니 정말 보람 있다”며 “고교나 대학에 가서도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영서중은 지난해부터 매주 수요일을 ‘봉사활동의 날’로 정했다. 토마스의 집을 비롯해 화원종합사회복지관, 에덴장애인종합복지관, 구로노인종합복지관, 구로청소년수련관 등 구로구에 있는 시설들이 봉사활동 장소다. 매주 한 학급씩 시설마다 학생 5∼7명과 학부모 1명이 하루 종일 봉사활동을 한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무료급식 도우미, 독거노인 도시락 배달, 학습도우미, 어르신 컴퓨터 교실 보조교사, 직업재활팀 보조 등의 봉사활동을 한다.

이 학교가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2005년 3월 취임한 박해영 교장의 교육 지론 때문이다.

박 교장은 “어려운 아이들 중에는 꿈이 없고 자신감도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어려운 이웃을 위해 1년에 한두 번이라도 봉사하면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인격 수양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전교생 1200여 명 가운데 200여 명이 중식 지원 대상자일 정도로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이 많은 편이다. 실업계고 진학률도 30%에 이른다.

인성과 진로교육에도 열성이다. 1학년 때 자기 돌아보기, 자신감 키우기, 부모님 생각하기, 자기 극복하기 등의 주제로 인성교육을 받는다.

3학년은 매주 한 시간씩 직업의 종류, 고교 진로 선택, 관심 직업 탐색, 모의 면접, 대안 직업 찾기 등 진로와 관련된 수업을 받는다.

학생이 원하면 교내 진로상담실에서 전문 커리어 코치와 상담하기도 한다. 먼저 상담을 받은 학생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또래에게 도움을 주는 ‘또래 상담’ 코너를 운영하기도 한다.

수준별 수업도 인기를 끌고 있다. 영어 수학 기초학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을 위해 1학년의 경우 수학은 3학급을 5그룹으로, 영어는 2학급을 3그룹으로 나눠 수업을 한다. 8000만 원을 들여 영어 수학 강사를 초빙했고 한 그룹이 15∼20명이어서 학습 효과가 높다.

김정종 교감은 “기초 학력이 가장 떨어지는 학생은 최소 규모로 편성해 개별 지도가 가능하도록 했다”며 “열심히 가르치려는 교사들의 열의가 대단하다”고 말했다.

땀 흘리는 교사들의 열정은 학부모들도 공감하고 있다.

학부모 이영춘 씨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미리 알아 챙겨주는 선생님들이 무척 고맙다”며 “아이가 수업 시간에 만족스러워하고 학교생활을 즐거워한다”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