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의 판관’이 파벌 싸움으로 흔들리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5일 김호인 심판위원장을 전격 경질했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심판위원장이 시즌 중 경질된 것은 처음이다.
김 위원장의 경질은 올해 초 항명 파문으로 징계를 받아 2군으로 내려갔던 허운 2군 팀장을 1군에 복귀시키라는 신상우 총재의 지시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KBO는 허 팀장을 20일자로 1군 심판으로 복귀시켰다. KBO는 허 팀장을 2군에 내려 보내면서 ‘3개월 후 1군에 복귀시켜 주겠다’는 비밀각서를 써 준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위원장과 허 팀장은 KBO 심판 공채 1기. 이들의 갈등은 지난해 1월 신상우 총재, 하일성 사무총장 체제가 출범한 뒤 심판위원장이 된 김 전 위원장이 올해 초 심판 조장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심화됐다.
허 팀장은 “김 전 위원장이 고참급 조장을 교체하는 이유와 후임자가 누구인지에 대해 전혀 상의하지 않아 일부 후배 심판과 항의했고 나만 2군으로 내려갔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 전 위원장은 “허 팀장은 심판위원장의 고유 권한인 조장 선발에 반발해 일부 심판과 ‘쿠데타’를 일으킨 장본인이어서 1군 복귀를 반대했다”고 맞받았다. 조직의 위계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허 팀장을 1군에 복귀시키지 않았다는 것.
김 전 위원장은 “KBO는 허 팀장의 항명과 관련해 ‘2군에서 1년간 자숙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허 팀장에게 복귀 각서를 써 준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이상일 운영본부장은 “허 팀장에게 각서를 써 준 것은 심판위원장과 화해하라는 차원이었다”면서도 심판위원장 경질로 더 큰 갈등이 생길 가능성이 있음을 인정했다.
KBO는 시즌이 끝난 뒤에도 심판 간 갈등이 계속되면 문제를 일으킨 심판들을 강력 징계할 방침이다.
그러나 KBO가 심판위원장은 내치고 징계를 받은 당사자에게 면죄부를 준 것은 오히려 심판 간 갈등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이 경질됨에 따라 전 심판위원장이었던 황석중 규칙위원회 위원이 올 시즌까지 심판위원장 대행을 맡는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