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한 시민을 죽이다니…. 알 카에다는 프로 정신이 부족하다.”
‘카를로스 자칼’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베네수엘라의 악명 높은 테러범 일리치 라미레스 산체스(58·사진)가 테러조직 알 카에다를 비난했다.
산체스는 알 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이 나타나기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테러범으로 꼽혔던 인물. 1994년 프랑스 파리에서 대테러요원 등 3명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돼 종신형을 선고받고 현재 프랑스 동북부 클레르보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체포 당시 경찰이 그의 소지품에서 프레더릭 포사이스가 쓴 ‘자칼의 날’이라는 소설을 발견해 자칼로 불리게 됐다. 이 책은 샤를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에 대한 암살을 시도하는 살인청부업자 자칼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다.
15일 영국 선데이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산체스는 지난주 전화 인터뷰에서 “알 카에다는 뚜렷한 목표가 없다. 프로가 아니다. 조직이라고 하기도 힘들다. 폭약이나 기폭장치를 제대로 만들 줄도 모른다”고 맹비난했다. 지난해 발생한 영국 런던 테러사건에 대해서는 “평범한 시민들의 희생이 나를 슬프게 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테러로 몇 명이나 희생시켰느냐는 질문에 산체스는 “14세 때부터 계속 싸웠기 때문에 잘 모르지만 100명 안쪽일 것”이라며 “사람을 반드시 제거해야 할 때는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냉정하고 단순한 방법을 썼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복역 중인 사건과는 별도로 1980년대 프랑스에서 4번의 폭탄테러를 일으켜 12명의 사망자와 100여 명의 부상자를 낸 혐의로 내년 1월 추가로 재판을 받는다. 이 신문은 그가 인터뷰 중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기색은 없었다고 전했다.
한편 2001년 미국의 9·11테러를 감행한 알 카에다가 미국을 재공격할 우려가 있다는 경고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데이비드 코언 뉴욕경찰국 정보담당 부국장은 “빈 라덴의 추종자들이 최근 새 테러요원을 선발해 파키스탄 북부 양성소에서 훈련 중이며 언젠가 뉴욕을 다시 공격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뉴욕데일리뉴스가 15일 보도했다.
이에 앞서 마이클 처토프 미 국토안보장관도 10일 시카고트리뷴과의 인터뷰에서 “알 카에다가 여름철 공격을 선호하는 데다 파키스탄 테러범 양성소의 활발한 움직임을 감안할 때 3개월 내 미국을 공격해 올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11일에는 ‘알 카에다가 2001년 이후 세력을 재구축해 미국을 포함한 서방 세계에 대한 테러 공격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미 정보기관의 보고서가 언론에 공개됐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