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56·여) 씨는 지난해 10월 남편이 간암으로 사망했지만 남편이 가입한 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받지 못했다.
보험 가입 당시 간경화 병력을 알리지 않아 고지(告知)의무를 위반했다는 것. 보험업계는 “보험사기로 볼 수도 있다”고 한다.
김 씨는 “보험 가입 당시 설계사에게 5년쯤 전에 간경화를 앓은 적이 있다고 했지만 설계사가 ‘괜찮다’고 했다”며 “보험사기로 모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최근 보험사기에 따른 보험금 누수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사기 적발 건수는 지난해 3만4567건으로 2005년(2만3607건)에 비해 46.7% 늘었다.
금감원은 고의로 사고를 조작하거나 사고 후 피해를 과장하는 보험사기가 많다고 보고 있다. 보험사기의 원인이 대부분 보험 가입자에게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하지만 앞서 예로 든 김 씨의 남편처럼 보험사가 상품을 판매하면서 고지의무 설명을 소홀히 해 결과적으로 보험사기로 분류된 사례도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5년쯤 전에 질병에 걸린 사실을 알렸지만 설계사는 ‘5년 내 발생한 질병’이 고지의무 대상이란 규정만 보고 질병 발생시점을 재확인하지 않았다고 한다. 고객에게 그 시점을 정확히 알려 달라고 요청하지도 않았다.
보험사 역시 보험계약 최종 승인 전에 조사와 심사 의무를 다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 요청이 들어온 뒤에야 김 씨 남편의 병원 이용기록을 샅샅이 뒤져 간경화 치료 시점이 고지의무를 면제받을 수 있는 기준에서 11일 모자란다는 점을 밝혀냈다.
보험사가 보험사기범을 색출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보험사가 고지의무 등 상품가입과 관련한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은 ‘불완전 판매’로 보험사기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면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사기범 색출보다 더 시급해 보인다.
참고로 고지의무의 범위는 보험 가입시점을 기준으로 △3개월 내 병원 치료를 받은 경우 △5년 내 암, 백혈병 등 주요 질병 진단을 받은 경우 △수상스키 등 위험한 취미를 반복적으로 하는 경우 등이다.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