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수입차 회사들이 외국보다 차량 가격을 너무 높게 책정해 판매한 혐의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정부의 수입차 고가(高價) 판매 제재 움직임에 대해 오히려 국산차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올해 들어 수입차 회사들이 앞 다퉈 가격을 내려 국산차와의 가격 차이가 좁혀진 상황에서 수입차 값이 더욱 내려가면 5%에 근접한 수입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반면 수입차 업계는 당장은 가격 인하로 수익이 줄더라도, 판매량이 빠르게 늘어나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들은 수입차를 지금보다 싸게 구입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 수입차 판매가 인하 가능성
공정위 당국자는 17일 “수입차 회사들이 외국보다 가격을 너무 높게 책정해 판매한 혐의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이르면 2, 3개월 안에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사 대상은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렉서스 등 고급 수입차 회사들로 외국에 비해 국내 시장 가격을 지나치게 높게 설정해 과다한 수익을 챙겼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공정위는 일부 혐의를 확인하고 현재 수입차 회사들로부터 가격에 대한 소명자료를 넘겨받아 분석 중이다.
이에 앞서 공정위는 12일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국내 판매대리점들에 가격할인을 금지하고 높은 판매가격을 유지하게 한 혐의로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 국산차 vs 수입차 다른 속사정
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차의 시장 점유율은 4.15%이지만 판매금액 비중은 13.6%에 이른다. 특히 3000cc 초과 대형차는 수입차의 시장 점유율이 31.3%이며 판매금액 비중은 52.6%로 국산차를 이미 추월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공정위의 개입으로 수입차 가격 하락 속도가 빨라지면 국산차가 크게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수입차 시장 점유율이 7%를 넘으면 국내 자동차 생산이 위축되기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수입차 업계에서는 공정위 조사에 따라 수입차 회사들이 가격을 인하하면 당장은 수익이 감소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수입차의 시장 점유율 확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벤츠코리아는 최근 경쟁 업체의 가격 인하와 상관없이 기존 가격을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었으나 공정위의 시정명령과 계속되는 조사로 가격정책을 수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렉서스를 판매하는 한국토요타자동차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가격을 인하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최근 경쟁사들이 잇따라 파격적으로 값을 내리고 있는 데다 공정위의 조사로 압박을 받고 있어 앞으로 들여올 신(新)모델은 가격을 내릴 것을 검토하고 있다.
BMW는 최근 528i를 내놓으면서 기존 모델보다 가격을 1900만 원 인하한 바 있다.
수입차는 2003년 이후 시장 점유율이 매년 1%포인트 가까이 늘어나 올해 상반기(1∼6월) 현재 4.98%로 5% 벽 돌파를 앞두고 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