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이나 방송에 나오는 뉴스는 사실 남의 일인 줄만 알았다. 그러나 최근 날벼락 같은 소식에 큰 충격에 빠졌다. ‘이젠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막막함으로 눈앞이 캄캄했다.
프로농구를 주관하는 한국농구연맹(KBL) 사무국으로부터 최근 사전 예고도 없이 재계약 포기 통보를 받은 4명의 비정규 직원 얘기다.
KBL 심판실에서 총무로 일하던 A 씨는 선수 출신으로 은퇴 후 삼성전자에서 일하다 객원심판으로 KBL에 발을 들여놓은 지 벌써 10년 가까이 흘렀다. 4년 전부터 해마다 재계약 시기가 되면 “1년만 기다리면 정식 직원으로 해 주겠다”는 말만 믿고 불안한 신분을 견뎠다. 홍보팀 직원 B 씨는 2년 전 명문대 대학원 수학과에서 농구 통계에 대한 논문으로 석사학위까지 받은 뒤 KBL에 입사했다. 시즌에 앞서 홈페이지 개편과 통계 프로그램 구축 등을 맡아 의욕이 넘쳤던 그였다.
초등학교 졸업반 자녀를 둔 A 씨나 올해 말 결혼을 앞두고 들떠 있던 B 씨 등 KBL을 떠나게 된 네 명은 당장 실직의 아픔 속에 장래를 걱정해야 될 처지다.
이번 조치는 KBL의 10개 구단 단장 등으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사무국 구조조정을 요구한 끝에 이달 초 비정규직 근로자 법안 통과를 계기로 전격적으로 단행됐다.
하지만 직원이 20명도 채 안 되는 KBL 같은 소규모 사업장은 2년간 유예기간을 둘 수 있는데도 구제 방안을 모색하기보다는 손쉽게 ‘칼날’을 휘둘렀다.
비정규직 직원이 단 한 명도 없는 한국야구위원회 등 유관 단체와 달리 KBL은 그동안 비정규직을 양산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정작 경비 절감을 부르짖는 KBL 이사들은 해마다 미국프로농구 견학이라는 명분하에 2억 원에 가까운 경비를 들여 사실상의 ‘유람’을 떠나고 있다. KBL은 1997년 출범 후부터 숱한 인재가 ‘이직 도미노 현상’을 보였고 엉뚱한 낙하산 인사들이 요직을 차지해 원성을 샀다. 구성원을 경시하는 조직 문화는 프로농구 발전과도 거리가 멀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