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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남]종촌리를 기억하세요

입력 | 2007-07-19 06:47:00

행정도시 공공미술 프로젝트팀의 임재일 집행위원장(오른쪽)과 이섭 예술감독이 16일 오전 충남 연기군 남면 종촌리 남면사무소 앞길에서 작품설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명훈 기자


《충남 연기군 남면 종촌리.

행정도시 바람에 쓸려 지워질 마을이지만, 설에 손자 맞이하던 노모의 주름은… 30년 사랑방 ‘수다실’ 주인장의 미소는… 내 가슴 속에서 지워지지 않을 겁니다.》

행정중심복합도시 1차 사업지인 충남 연기군 남면 종촌리에서는 요즘 새로운 도시 건설로 해체된 주민들의 삶을 예술로 남겨 놓으려는 작업이 한창이다.

전국의 작가들이 행정도시건설청과 한국토지공사의 지원을 받아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하나로 ‘종촌…가슴에 품다’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

공공미술이란 도시공원 등 공개된 장소에 각종 예술 작품을 설치하는 것을 말한다. 목적에 따라 전시 장소는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소통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16일 오전에 찾은 종촌리는 주민들의 이주로 폐허처럼 변해 있었다. 행정도시건설청이 중앙행정타운 조성지인 이 마을의 주민들에게 지난달 말까지 집과 상가를 비워 달라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텅 빈 건물 사이로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참여한 조각, 사진, 한국화, 서양화, 설치미술 분야의 작가 30여 명이다.

판화가 김억 씨는 남면사무소 인근 건물 내에 이 마을의 대표적인 비문과 행정기관 현판, 상가 간판, 학교 교훈비 등을 탁본해 전시하고 있다.

사진작가 조호연 씨는 종촌리 주민을 사진에 담아 마을 곳곳에 현수막으로 내걸거나 버스 정류장 표지판 등에 부착했다. 지난 설에 고향에서 마지막 명절을 맞은 주민, 종촌교회에서 마지막 예배를 마친 주민 등의 모습이다.

사진작가 전재홍 씨는 30여 년 동안 마을 사랑방 역할을 했던 ‘수다실’ 내부에 이 다방의 내부와 2대에 걸쳐 다방을 운영한 김한숙 씨의 모습을 담은 대형 사진 작품을 설치하고 있다.

공공미술모임 ‘옆록소’는 이 마을 주민들의 신청을 받아 주민의 집안에 있던 작은 나무를 다른 지역으로 일단 옮겨 심었다가 나중에 이주한 집으로 옮겨 심어주는 작업을 하고 있다. 나무에는 나무와 주인의 삶에 얽힌 이야기가 적힌 패찰이 붙어 있다.

작가들은 각자 제작한 작품을 행정도시 기공식이 열리는 20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종촌리 일원에서 공개 전시한다. 남면사무소에서는 이 지역의 최대 집성촌인 ‘부안 임씨 600년전’도 열린다.

프로젝트팀은 마을 주민들이 막걸리 파티를 벌이며 풍물패 및 인디밴드 공연을 즐기는 ‘종촌 이별잔치’도 마련했다.

이 마을 주민이면서 공공미술 프로젝트 집행위원장인 임재일(47·목원대) 교수는 “일부 작업은 올해 초부터 시작됐다”며 “이번 전시가 떠나는 주민의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래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프로젝트팀 집행위원회 041-868-6020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