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30대 젊은 층에서 만남의 장소로 유명한 서울 강남구 신사동 맥도날드 압구정점. 맥도날드 국내 진출 1호점인 압구정점이 참살이 열풍에 고전하다 20일로 영업을 종료하고 추억 속으로 사라진다. 이훈구 기자
세계 1위의 햄버거 체인인 맥도날드의 국내 진출 1호점 서울 강남구 신사동 맥도날드 압구정점이 문을 닫는다.
한국맥도날드 관계자는 19일 “건물 주인이 임대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혀 폐점을 결정했다”며 “20일까지만 영업을 하고 폐점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압구정점 인근에 청담점과 압구정역점이 있기 때문에 압구정점 폐점으로 소비자들의 불편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카콜라와 함께 미국문화를 상징하는 맥도날드는 서울 올림픽을 앞둔 1988년 3월 국내에 진출하면서 1호점으로 압구정점을 열었다.
이후 맥도날드 압구정점은 주말이면 20, 30대들이 만남의 장소로 이용하는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의 대표적인 명소가 됐다.
외식업계는 맥도날드가 ‘1호점’이라는 상징성을 갖는 압구정점 폐점을 결정한 것을 두고 임대차 계약상의 이유보다는 갈수록 초라해지는 패스트푸드의 위상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맥도날드는 2002년 매장 수가 350개로 늘어나는 등 국내 외식문화의 개척자로 승승장구해 왔다.
하지만 최근 2, 3년 새 조류인플루엔자와 광우병 파동으로 고전하다 참살이(웰빙) 열풍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매장 수도 300개 수준으로 줄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리아, 맥도날드, 버거킹, KFC, 파파이스 등 국내에서 영업 중인 5개 패스트푸드업체의 연간 매출액 합계는 2002년 1조2330억 원을 정점으로 계속 하향곡선을 그리며 지난해 8180억 원으로 감소했다. 2002년 1779개에 달하던 매장 수도 지난해 1420개로 줄었다.
정진은 안산1대학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트랜스지방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큰 20, 30대 소비자들이 패스트푸드에 등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나날이 치솟는 임대료 때문에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세운 ‘안테나숍(antenna shop)’을 더는 운영할 수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롯데리아도 2년 전 로데오거리에 있는 매장을 닫았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