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에 상장된 논술교육업체 엘림에듀는 최근 해외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미국계 사모(私募)펀드 선라이즈 오버시즈로부터 1000만 달러(약 92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이 회사는 지난해에도 세계적 자산운용사 골드만삭스의 투자펀드인 오즈매니지먼트로부터 1300만 달러(약 120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 작년 상반기(1∼6월) 이 회사에 투자한 JP모건의 아시아 전문 투자펀드인 JF에셋매니지먼트는 6개월도 안 돼 주식을 팔아 40%의 수익률을 올렸다.
박재성 엘림에듀 기업설명(IR)담당 과장은 “지난해 관리종목에서 해제돼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투자를 꺼렸지만 오히려 외국인 투자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 외국계 펀드, 사교육 시장 ‘눈독’
세계적인 사모펀드인 칼라일그룹이 5월 국내의 한 사설학원에 2000만 달러(약 184억 원)를 투자해 국내외 금융시장에서 큰 화제가 됐다. 1987년 설립된 칼라일그룹은 560억 달러(약 51조8000억 원)에 이르는 자산을 운용하는 사모펀드의 대표 주자. 2000년 한미은행을 인수한 후 2004년 씨티은행에 매각해 7000억 원의 차익을 거둘 정도로 큰손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칼라일그룹이 국내 교육기업에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자 모두 증시에 상장된 10개 교육업체 중 하나일 거라고 생각했다.
막상 뚜껑을 열어 본 결과 전혀 물망에 오른 적도 없는 사설학원인 토피아 아카데미가 주인공이었다.
토피아 아카데미는 자본금 10억 원 규모의 특수목적고 전문 입시학원으로 칼라일로부터 자본금의 19배에 이르는 자금을 투자받았다. 칼라일이 확보한 지분은 30% 수준으로 액면가의 62배로 투자한 것. 요즘 이 정도 배수로 투자를 받는 벤처기업은 찾아보기 어렵다.
외국계 증권사의 한 임원은 “최근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 국내 기관투자가가 합세하면서 외환위기 직후처럼 헐값에 투자할 수 있는 투자 건을 한국에서 찾기 어려워졌다”며 “외국 펀드들은 한국의 사교육 시장이 다른 산업에 비해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 “제2의 메가스터디를 찾아라”
2004년 12월 코스닥에 상장한 사교육업체 메가스터디의 신화를 지켜본 국내 기관투자가들도 ‘제2의 메가스터디’를 찾기 위해 학원가를 누비고 있다.
권성문 KTB네트워크 회장은 특목고 입시 전문학원인 와이즈스톰에 개인적으로 100억 원을 투자했다. 와이즈스톰은 외국계 펀드와도 접촉하고 있다. 강남권 오프라인 영어 교육으로 유명한 청담어학원의 모기업인 CDI홀딩스는 지난해 기은캐피탈과 KG창업투자신탁으로부터 모두 24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정재원 CDI홀딩스 차장은 “보유 자금이 넘쳐나 오히려 투자 요청을 고사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창용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내 사교육 시장은 한국만의 독특한 산업”이라며 “외국인 투자가들에게는 안정적인 수익률을 보장받을 수 있는 매력적인 투자처로 사교육 산업을 고른 것 같다”고 말했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