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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3인 ‘인생을 바꾸는 자격증’ 따기 노하우

입력 | 2007-07-20 02:59:00

자격증으로 무장하고 높은 취업의 벽을 뚫은 장해식, 박은혜, 김은선 씨(왼쪽부터). 전영한 기자


《“전문기술이라도 있으면….” 처음 취업 전선에 나서거나, 한 단계 높은 일자리로 뛰어오르기를 원하는 여성들에게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얘기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국가기술자격증 시험에 합격한 30대 이상 여성은 2002년 4만5600여 명에서 지난해 6만1400명으로 크게 늘었다. 자격증으로 무장하고 자신의 꿈을 차근차근 실현해 가고 있는 여성 3명의 ‘인생 업그레이드’ 사연을 들어봤다.》

정밀측정기사 자격증이 있는 박은혜(31) 씨는 삼성교정기술원 주임으로 근무하고 있다. 귀금속가공산업기사 자격증을 가진 장해식(38) 씨는 장신구 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김은선(41) 씨는 청소년역사문화지도사 자격증 소지자다.

Q 어떤 자격증 땄나

▽장해식=결혼 14년차 주부다. 애들이 웬만큼 커서 대학시절 전공(시각디자인)을 살려 취직하고 싶었지만 솔직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2005년 노동부 산하 한국폴리텍대에 입학해 귀금속공예 과정을 2년간 공부했다. 지난해 말 국가자격증을 따고 창업했다. 나이도 있고 해서 회사에 취직하기보다는 창업을 택했다.

▽김은선=대학 졸업 후 결혼해 애 키우고 살면서 초등학교 특기적성수업 강사로 꾸준히 활동했다. 논술에 대비해 사고력을 키우는 수업이었는데 좀 더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싶었다. 한양대 사회교육원에서 청소년역사문화지도사 과정을 6개월 배우고 자격증을 땄다. 이 분야는 국가자격증이 없어서 민간자격증을 땄다. 이 과정을 개설한 대학의 총장 명의 자격증이다.

▽박은혜=내 경우는 좀 다르다. 고교 졸업 후 4년제 일반 대학 대신 아예 2년제 기능대학에 진학했고 졸업과 동시에 국가자격증을 땄다. 당시에는 일반 대학에 다니는 친구들이 부럽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일찍부터 기술을 배우고 자격증을 딴 것이 직업 선택의 폭을 넓혀 준 것 같다.

Q 자격증 선택 기준은

▽장=다른 주부들로부터 “일을 해보고 싶은데 어떤 자격증을 따는 것이 좋으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평소 관심 있는 분야여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자격증 활용도가 높은 분야가 무엇인지 꼼꼼하게 따져 볼 것을 권한다. 예컨대 귀금속가공 자격증을 따면 공예실기교사 자격증도 함께 나온다. 실기교사 자격증이 있으면 백화점 문화센터 등에서 강사로 활동할 수 있다.

▽박=기능대 입학 당시 패션디자인학과를 가라는 주변의 충고가 많았지만 취업 경쟁력을 생각해서 나노측정과를 선택했다. 많은 여성이 ‘어렵다’ ‘힘들다’는 선입견 때문에 기계 분야에 도전하기를 꺼리는데 기왕 힘들게 자격증을 따는 거라면 몇 년 후 성장 가능성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

▽김=주부라면 가정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질 것을 권하고 싶다. 청소년역사문화지도사 자격증을 딴 것은 이 분야 전문강사로 활동하려는 계획도 있었지만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는 우리 애들에게 창의적으로 논술을 가르치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Q 실제 일에 도움은

▽장=주변을 보면 자격증을 ‘수집’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귀금속공예 자격증을 땄을 때 보석감정사와 주얼리코디네이션 자격증을 함께 따는 사람도 많았다. ‘많을수록 유리하겠지’ 하는 생각에 여기저기 도전하기보다는 자신이 일하고자 하는 분야를 정해서 그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 자격증은 업무 연관성이 높을수록, 따기 힘들수록 대접받는다.

▽박=10년 정도 직장생활을 했다. 처음 중소기업에 근무하다가 7년 전 대기업 계열사로 옮겼을 때 자격증이 있다는 것이 유리하게 작용한 것 같다. 현재 연봉은 3600만 원 수준이다. 그러나 자격증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현재 직장에서 자격증이 없는 사람도 많고 승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다.

▽장=주부는 자격증을 따기 위한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다. 자격증을 따려고 공부할 때 보니 중도 포기하는 사람의 70∼80%는 주부였다. 자신이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국가기술자격증 582개… 따기 힘들지만 평생 유효▼

■ 자격증 종류와 발급기관은

자격증은 발급 기관에 따라 크게 국가기술자격증, 국가공인자격증, 민간자격증으로 나뉜다.

국가기술자격증은 국가가 시행하는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비교적 따기 힘든 대신 평생 소지할 수 있다. 현재 국가기술자격증은 582개 종목에 달한다. 몇 년 전까지 여성들은 정보처리 관련 자격증에 많이 몰렸지만 요즘에는 컬러리스트, 디자인 관련 자격증이 각광받고 있다.

국가공인자격증은 국가기술자격증 수준에 상당하다고 국가가 인정하는 자격증으로 민간 단체가 발급하며 2∼5년의 유효기간이 있다. 발급기관의 신뢰도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민간자격증은 민간 기관이나 협회에서 발급한다. 최근 여성에게 인기가 높은 독서논술지도사, 미술심리치료사, 네일아트, 비즈공예 자격증이 여기에 속한다.

자격증별로 관련학과 이수 요건이나 응시 기간 및 횟수가 다르다. 한국산업인력공단(www.hrdkorea.or.kr),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커리어넷(www.career.re.kr), 기타 자격증 발급기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오늘 기사 넘쳐 ‘엄마가 들려주는 인생수업’ 칼럼은 한 주 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