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회사 안에서 한쪽 공장은 일감이 넘쳐 특근을 하고, 다른 쪽은 일감을 더 달라며 파업을 준비하는 ‘이상한’ 현상이 현대자동차 안에서 벌어지고 있다.
현대차 울산 1공장 노조 대의원들은 조합원(3420명)을 대상으로 18일 쟁의행위 돌입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베르나, 클릭을 생산하는 이 공장은 이들 차종이 덜 팔리면서 생산량이 줄어 하루 8시간씩 정상 근무만 하고 있다. 각종 수당이 크게 줄어든 이 공장 조합원들은 “특근과 잔업을 할 수 있게 일감을 더 달라”고 회사 측에 요구하고 있다.
“회사 측과 논의할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의 권고로 19일 오전 개표가 일단 중지됐지만 회사 측은 난감한 표정이다.
울산 1공장 조합원들의 요구로 회사 측은 지난해 12월 이 공장에 새로운 차종을 배정하기로 약속했다. 이에 따라 아산공장에서 생산하는 연간 15만 대의 쏘나타 중 절반 정도를 울산 1공장으로 옮길 계획을 세우고 올해 2월 울산 1공장의 생산라인까지 바꿨다.
하지만 아산공장 근로자들이 “일감이 줄어든다”고 반발하면서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아산공장 근로자들은 한 달에 6번 이상 특근을 해야 할 정도로 일손이 모자라는 상황이다.
울산 1공장과 아산공장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감 다툼’을 풀 수 있는 열쇠는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가 쥐고 있다.
현대차 노사가 맺은 단체협약은 ‘차종 이관, 인력 전환 배치는 노사공동위원회에서 심의, 의결한다’고 정해 놓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노조가 동의해 주지 않으면 생산 물량을 옮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공장별로 이해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섣불리 개입했다가 문제 해결은 고사하고 집행부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만만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약이 밀려 있는 인기 차종을 많이 만들어 팔면 회사 전체의 이익은 당연히 늘어난다. 그런데도 일부 현대차 근로자는 전체 회사의 이익을 늘리기보다 당장 자기 손에 떨어질 수당에 집착하고 있다. 이런 일들을 지켜보면서 현대차가 언제까지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정재락 사회부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