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스플로전/라다 차다, 폴 허즈번드 지음·김지애 옮김/448쪽·2만 원·가야북스
“명품 열풍.”
TV나 인터넷에서 쉽게 접하는 표현이다. 근데 알고 보면 이 말엔 어폐가 있다. 흔히 명품이란 쉽게 접하기 힘든 럭셔리(luxury) 제품을 일컫는다. 다이아몬드 가치를 논할 때 쓰곤 하는 ‘희소성’이 핵심이다. 그러나 열풍, 즉 붐(boom)은 대중적 지지를 표현한다. 많이 팔린단 소리다. 희소성과 대량 판매? 이 모순 속에 명품의 판매 전략이 숨어 있다.
책의 제목인 ‘럭스플로전(Luxplosion)’은 럭셔리+폭발(explosion), 즉 명품 열풍의 다른 말이다. 저자는 세계적인 명품 열기가 부는 곳 가운데 아시아 시장을 주목했다. 루이비통이 이미 하나의 종교처럼 우상화된 일본을 비롯해 그에 못지않은 한국, 신흥 명품마켓으로 떠오른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 10개국의 실상을 꼼꼼하게 다뤘다.
영향력을 가진 소수가 명품을 소비한다.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한다. 럭셔리 파티와 광고가 줄을 잇는다. 대중이 관심을 갖고 세뇌되자마자 앞 다투어 매장으로 몰려든다. 이른바 럭스플로전 모델은 명품업체의 아시아 마케팅 방식을 뜻하는 용어다.
상류층과 대중을 분리하는 이원화 전략도 유지한다. 루이비통이 간판 사례다. VIP 고객에겐 주문 제작이나 한정 상품 판매로 명성을 이어 간다. 반면 일본의 사무직 여성은 누구나 가졌다는 캔버스 모노그램 핸드백 같은 다소 저렴한 상품도 내놓아 대중의 욕구를 채운다.
아시아 소비마케팅 전문가인 저자는 차분하다. 아시아 시장이 가진 명품 열풍의 속살을 설득력 있게 들춰 본다. 그런데 왠지 씁쓸하다. ‘애국심과 유교적 검소정신으로 무장해 절제를 외치면서도 신용카드를 남발하는 명품 애호국’으로 한국을 거론할 땐 할 말이 없다. 저자는 비난하려는 의도를 갖고 그런 말을 한 것은 아니겠지만 괜히 남우세스럽다. 현실이기 때문이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